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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람 무는 '위험한 개' 안락사, "법적 근거 미흡"... 반복되는 개물림 사고, 해결 방안은?
2022-08-08 2697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최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초등학생을 물어 다치게 한 개가 안락사 대신 동물보호단체에 인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이가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견주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별도로, 해당 개의 안락사 여부가 관심이었지만 ‘사람을 문 개’에 대한 법적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논란만 키우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 경찰은 ‘위험발생의 염려가 있는 사고견을 안락사 시키겠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이를 처리할 법적 근거가 미흡해 추진이 중단됐습니다.


[현행법으로 ‘사람 문 개’ 안락사 하기 어려워]


경찰은 형사소송법 제 130조 2항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점에 의거 안락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보호소에 계류 중이던 개가 더 이상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 등 ‘위험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해 안락사 결정이 보류됐습니다.



 

[사진제공 : 비글구조네트워크]


형사소송법으로는 안락사 추진이 불투명해지자 검찰은 ‘동물보호법 우회 적용’을 통해 사고견의 안락사를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동물보호법 소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동물의 안락사 처리 절차를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제22조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유실·유기동물 △피학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이 안락사 대상입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은 지자체가 구조한 동물에 관한 것이며, 사람을 문 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 


즉, 사람을 물거나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개의 안락사에 관한 법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사고견 안락사를 반대하던 동물보호단체가 개를 인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


“사람을 문 개는 위험해 안락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락사가 개물림 사고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개물림 사고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개물림 사고, 왜 발생하나?]


1. 견주(보호자)의 책임 부재


개물림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의 ‘책임 부재’가 꼽힙니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유주가 개를 잘 길러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는 소유주의 책임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보니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 입니다.


올바른 사회화와 교육을 받지 못한 반려견은 낯선 환경, 돌발 상황 등에서 공격성을 띌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주의 인식 역시 부족합니다.


특히 개물림으로 인한 피해에 비해 처벌이 낮다 보니, 개가 어떤 자극에 돌변하는지, 공격 전 어떤 시그널을 보내는지 등 반려견의 돌발 행동을 통제하고자 하는 견주의 책임이 부족하며 이는 결국 미흡한 대처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한국의 마당개/개농장 문화


최근 개물림 사례를 보면, 사고견들이 억압된 환경에서 자란 개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얼마 전 울산 초등학생 개물림 사고도, 묶어 기르던 개가 탈출하면서 일어난 사고였으며, 지난해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을 사망하게 한 대형견 역시 불법 개농장을 탈출한 개였습니다.


 

[사진 : 짧은 목줄에 묶여 있는 개. 스트레스가 큰 만큼, 돌발 사고 위험도 높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2000년 미국 수의학 저널에 게재된 한 논문을 인용, 개물림으로 인한 상해 사망사건 중 17%가 목줄 등에 속박된 상태로 길러진 개에서 비롯됐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논문에서도, 개물림 사고 256건을 분석한 결과, 76%가 사람과 접촉 없이 사육장에서 생활한 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웨이의 이형주 대표는 “인간과의 교감, 사회화 과정 없이 작은 공간에 혼자 묶이거나 갇혀 지내는 개들의 억압된 스트레스가 공격성의 원인일 수 있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탈출해 새로운 자극을 접할 때, 사고 위험성 역시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한 곳에 묶여 있거나 제대로 된 관리 없이 길러지는 마당개/시골개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사육 환경의 문제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사람 무는 개’는 계속 생겨날 것이란 지적입니다.



[안락사, 개물림 사고 해결 방안인가?]


반려동물의 올바른 관리를 강제하는 법이 없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 속에서 사는 개가 많은 현 상황에서 사고견을 안락사 하는 것이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보다 반려문화가 훨씬 안정적으로 정착된 해외의 사례를 들여다봤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은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견이 사회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안락사 시킬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 Act)에 따라 해당 개의 사고 전력, 상해의 정도, 종적 특성, 공격성, 보호자가 제공한 환경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개의 존재가 ‘사회적 위협인지’ 법원이 판단합니다.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에서 80대 노인이 3마리의 핏불 믹스견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에서도 세 마리 중 가장 공격적인 한 마리에 대해서만 안락사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안락사를 해야 할 근거가 부족한 것.


또한 뉴욕, 버지니아, 텍사스 등 미국 16개 주에서는 반려견이 ‘처음으로’ 사람에게 해를 입힌 경우에는 책임을 면제해 주는 ’One-Bite Rule’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처음 한 번은 책임을 면하는 것. 그러나 이후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개의 안락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사고견의 성향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이거나,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하게 다친 경우, 안락사 처리를 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단체에서 무조건적인 안락사를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해당 동물이 향후에 ‘사회적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안락사는 인간 위주의 사후약방문일 뿐, 다른 개물림 사고는 언제나 반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개를 구조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개물림 사고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책임감 없이 개를 묶어 키우는 이른바 ‘1미터 마당개’에 대한 분명하고 실질적인 대책과 관련 법령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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