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Air
"반려 인구 1500만 육박인데... 애견 카페서 음식 섭취는 ‘불법?’"
2022-11-25 4618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전주의 한 애견카페. 잘 가꾸어진 잔디마당에,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을 갖춰 반려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카페 주인 A 씨는 최근 테이블과 의자, 주방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식음료와 빵 등 베이커리류를 판매하는 ‘카페’의 기능을 버린 것.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0일 처벌을 받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좌: 인테리어 전 카페의 모습.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 우: 인테리어 후 모습. 취식 기능을 없앤 ‘애견 유치원’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었다.

(사진제공: 스타디움오브독스 SNS 계정)



문제가 된 것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36조. 이에 따르면 ‘동물의 출입, 전시 또는 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을 하려는 경우 영업장을 별도로 분리해 구분’해야 합니다. 



즉, 애견카페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사람과 동물이 분리된 상태에서만 식사가 가능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를 찾았는데, 카페에서 만든 음식료를 먹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별도의 분리된 공간에 따로 두어야 한다는 것.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서 먹는 것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시대착오적 해석에 불만이 거셉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비위생적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민도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견주는 “음식점에서 식사할 때 반려견끼리 따로 두면 만일의 사고 책임은 누가 지나.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현실적이지 못한 법인지 다 알 것”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현행법대로 ‘제조와 취식 공간을 분리한 채’ 애견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올 여름 문을 연 김제의 한 대형카페. 애견 동반이 가능한 이 대형카페에는 사실 두 개의 사업장이 존재합니다. 



‘일반음식점’으로 일반적인 카페 기능을 하는 본건물 옆에 작은 별관이 마련돼 있는데, 이 별관은 ‘음식점’이 아닌 ‘휴게 공간’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본관은 음식료 제조와 판매, 식사까지 가능하지만 애견은 금지. 반려견과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는 손님은 본관에서 음식을 구매한 뒤 ‘애견동’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김제의 대형 애견 동반 카페. 흰색의 본건물 오른쪽으로 애견동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애견 출입이 가능한 별관은 ‘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식기나 트레이 등, 점원의 서빙도 제공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 


즉, 본관에서 음식료를 일회용품에 담아 ‘테이크아웃’ 한 후 별관에서 ‘공간’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입니다. 


‘일반음식점’에서는 동물과 같은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세운 방침이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업주는 말합니다. 


“카페에서 고급 디저트를 구매하면 세라믹 접시에 담아주지만, 애견동 이용 고객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써야 하니 차별감을 느낄 수 있지만, 단속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난처한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 같은 운영 방식도 두 개의 분리된 공간을 갖출 여건과 인력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합니다. 


실제 전라북도의 애견카페들을 조사해 보니, 음식의 제조와 취식이 완벽히 분리된 상태로 운영되는 곳은 이 대형카페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5년 전부터 전주에서 애견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 씨도 현 제도에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초창기에는 카페 내에서 라면, 떡볶이 등을 제공했지만 일주일 단위로 들어오는 민원 신고에 음식 제조를 포기해야만 했던 것. 현재는 캔 음료를 판매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B 씨는 “가족 단위로 놀러 오는 분들이 많은데, 아직도 반려견에게 먹일 간단한 먹을거리를 찾는다”며 “애견카페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즐기며 소통하는 공간인데 편하게 음식조차 먹을 수 없다”며 현행법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애견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시대에 뒤쳐진 법이라는 지적에 식약처는 ‘2025년 12월부터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음식점의 반려동물 출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세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해 애견카페 업주들은 “애견사업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어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되는 위반 사항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또 “현재 애견카페 업종 허가도 도소매, 일반음식점 등 제각각이어서 일관성이 없다”는 등의 애로사항을 토로합니다. 


이미 ‘애견동반’ 음식점 및 카페 이용은 수많은 반려인들의 일상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위생적이지 않다’는 시대착오적 법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공간을 마련하는 사업주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피해와 불편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