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적도와 실제 땅의 모양이 달라 난처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백여 년 전 일제가 토지조사 명목으로 만들었던 지적도가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땅 주인과 지자체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소송 비용만 남발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년 전 숙박업소를 짓기 위해 군산에 땅을 매입한 추진엽 씨.
도로에 인접한 땅인지 지적도를 통해 꼼꼼히 확인한 뒤 도로 옆의 땅 550평을 고가에 사들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매입한 땅에 도로가 붙어있지 않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자체가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지적도상의 도로 일부를 녹지공원으로 바꿔 건축에 필요한 진입로가 폐쇄되어 버린 겁니다.
[추진엽 / 땅 주인]
"(지자체가) 10년째 도로를 폐쇄해서 제가 일단 구입했을 때 유스호스텔 지으려고 했는데 10년째 아무것도 못 하게끔.."
하지만 지자체는 입장이 다릅니다.
지적도상에는 도로로 표시되어 있지만, 애초 도로로 쓰일 수 없는 땅이고, 지자체 소유라 도시 계획을 바꿔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군산시 관계자(음성변조)]
"도로여도 실제 현황이 중요하거든요. 도로로 돼 있긴 한데 2008년도 만해도 여기가 건축물들이 쫙 있었어요. 지목은 도로 형태지만.."
지적도상에는 9m 너비의 도로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의 너비가 2m로 샛길이나 다름없어 벌어진 일입니다.
[박혜진 기자]
"이곳은 지적도에 엄연히 도로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도로라고 할 수 없는 이와 같은 흙 비탈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땅 주인이 이처럼 포장공사를 강행하면서 지자체와의 갈등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지적도와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불부합지는 전북에 55만 7천여 필지, 전북 땅의 무려 15%를 차지합니다.
1910년 일제가 토지조사용으로 만든 지적도가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기 때문,
추 씨와 같은 문제가 없도록 정부도 지난 2012년부터 지적 재조사를 해 왔지만, 실행률은 30%대로 더딘 상황.
[이주심 팀장 / 전북도청 토지정보과]
"국비를 내려줬어야 하는데 그거를 안 내려줘서 내려준 만큼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조사를) 많이 하고 싶어도 시·군에서 인력이 부족하니까.."
피해는 고스란히 땅 주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추진엽 / 땅 주인]
"지적도, 등기부등본, 토지대장..정부에서 발행하는 공부 상 모든 자료는 다 보고 내가 현장도 봤는데 지금 이거 안 된다고 하면.."
이처럼 지적 불일치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드는 소송 비용만 한 해 4천억 원.
여기에 제자리걸음인 지적 재조사까지, 애꿎은 도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김종민
그래픽: 문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