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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헬기로 설명회 통과"..소방본부가 이런 일을?
2023-06-09 469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전주MBC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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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을 코 앞에 소방 헬기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공사전 극소수 주민들만 참여한 설명회에서도 이미 소음과 분진 우려가 제기됐지만, 전라북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이를 넘기고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하나마나한 주민설명회를 구색 맞추기로 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달 전 소방본부 헬기장이 이전하면서 소음과 분진 피해가 속출하는 장수 갈평마을.


헬기장에서 농경지까지 5m도 떨어져 있지 않고 민가와 150m남짓 거리에 위치해 논란이 거셉니다. 


주민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어떻게 헬기장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헬기장 이전 사업 허가를 위해 전라북도와 소방본부가 2017년 10월 실시한 주민설명회 자료입니다. 


"헬기장 부지 옆에 과수원이 있어 바람 피해가 걱정된다"는 주민 지적에 "헬기 시범운행을 통해 주민 민원을 해소"했다고 적혀있습니다. 


또 "소음 우려로 헬기를 시범운행한 결과 최고 84데시벨로, 지하철 소음과 비슷해 이 역시 주민들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즉 주민설명회 당시 우려를 해소했다는 건데, 헬기장이 들어선 뒤 측정된 소음은 무려 100데시벨 가량으로 시연 당시와 달랐습니다.


[구억마을 주민]

"생각보다 아니야 이게. 저도 그때 헬기를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 그 헬기가 아니구나. 그때 봐서는 '이 정도면 괜찮겠네요' 그랬거든요."


알고보니 시범운행했던 헬기는 현재 운행중인 헬기와 전혀 다른 헬기였습니다. 

중량과 사양이 모두 절반 수준인 과거 기종으로, 새로 도입된 헬기보다 한참 작은 기종이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은 인근 두 마을 150여 명 가운데 단 10명에 불과했습니다. 


[최금해 / 갈평마을 주민]

"(헬기장 들어서는지)몰랐어, 몰라. 들어보지도 못했어."


이같은 과정을 통해 결국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아낸 겁니다.


[박혜진 기자]

"이미 사업 이전 단계부터 주민들의 우려를 전라북도와 소방측이 알고도 사실상 묵살한 셈입니다." 


[전북소방본부 소방행정과 관계자] 

"장수군 공무원들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임실하고 경합이 있으니까. 그래서 마을 분들을 괜찮다고 하면서 회유하는 것도 있었어요, 사실은."


전북 소방본부는 뒤늦게 주민들을 찾아가 공청회를 열고 해명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습니다.


[이영만/갈평마을 주민]

"방호벽이라도 세워야 될 거 아니에요, 피해 없이. 아무런 얘기 없이 취항식을 먼저 해버렸어."


다른 기관도 아닌 도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전북소방본부가 얼렁뚱땅 눈가리기식으로 설명회를 열고 사업을 통과시켰다는 의혹이 일면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박혜진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그래픽: 문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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