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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모르면서 가격조정?'.. 뭇매 맞는 축제 바가지 요금
2023-06-17 450
박혜진기자
  hjpark@jmbc.co.kr

17,000원짜리 닭강정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하얀 새우과자 위에 올린 양념반 후라이드반 치킨.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분을 산 문제의 '닭강정'입니다.


인증샷을 올린 글쓴이는 "음식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적은 음식 양에 비해 높은 가격 때문입니다.


눈대중으로 10조각 정도 돼 보이는 닭강정이 자그마치 17,000원. 시중에서 판매되는 웬만한 치킨 한 마리 값입니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공분한 지점은 가격만이 아니었습니다.


바가지 장사를 한 곳이 다름 아닌 자치단체가 주관한 축제장인데요. 지난달 남원시에서 열린 춘향제입니다. 


사실 '춘향제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닙니다.


바비큐 몇 점에 4만 원을 받았다는 게시글에, 남원시가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게 불과 2주 전인데요.


'지역 축제는 걸러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치솟자, 남원시는 부랴부랴 확인에 나서 게시자와 통화하고 사과까지 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다만 남원시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문제의 닭강정은 판매 목록에 없었다"며 "실제 춘향제에서 구매한 음식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진위 여부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터무니 없는 가격이 책정될 수 있냐는 겁니다. 


춘향제를 기획한 남원시 춘향제전위원회 지침을 살펴봤습니다.


'무분별한 음식 가격 인상으로 관광객과 시민의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 메뉴의 적정 가격을 권장할 수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한마디로 남원시한테 가격 조정 권한이 있다는 겁니다. 


이에 "축제장에서 음식을 판매한 상인들에게 관련 가격 지침을 따르라"고 지시했다는 게 남원시 관계자 설명입니다.


축제를 열기 전부터 음식 가격을 시중 평균 판매 가격에 맞추도록 교육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바가지 논란이 벌어진 걸까요?


입점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운영계획서'가 문제였습니다.


딱 두 가지 정보를 적도록 했는데 하나는 '음식 메뉴', 다른 하나는 '가격'입니다.


음식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보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는데 빠뜨린 겁니다.


바로 '양'에 대한 정보입니다.


위원회 지침에도 정작 '중량'에 대한 기준은 빠져 있어서, 애초 가격이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없었던 겁니다. 


축제가 끝나고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원시는 온라인 게시글들의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외면 받을 위기에 놓인 지역 축제의 이미지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뼈저린 반성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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