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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클래스M] 방언의 종말
2025-04-19 3433
류동현기자
  donghyeon@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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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사라지는 언어’를 1단계 취약한 언어, 2단계 분명히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 소멸한 언어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로 분류했습니다.


비단 ‘제주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게, 방언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특성이 변하거나 사라지는 특성이 있는데요.


인문 클래스 시즌3! ‘방언의 종말 4’ 오늘은 ‘방언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충훈 아나운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주변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3!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하영우]

안녕하세요,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입니다.


[진행자]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 하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하영우]

오늘은 방언의 종말!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드디어 ‘방언의 종말’이라는 주제와 걸맞은 이야기를 하겠네요!


[하영우]

제가 주제로 올려놓은 제목이 ‘방언의 종말’인데, 사실 지금까지 방언의 개념, 방언의 인식, 호남 방언의 특징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리고 방언의 종말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마지막 시간인 만큼 ‘방언의 종말’ 이야기를해 보겠습니다.


[진행자]

내심, 방언의 종말은 언제 다루시나 궁금했는데요. 제목에 ‘종말’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서 사실, 좀 섬뜩한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정말 방언에 종말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인가요?


[하영우]

‘당장 내년부터 방언에 큰 위기가 올 것이다’, ‘5년 내로 호남 방언은 소멸할 것이다’ 뭐 이런 정도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리고 방언을 연구하시는 분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20년, 30년을 두고 보았을 때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는 각 방언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모두가 같은 지점에 생각이 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질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행자]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방언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말씀이죠?


[하영우]

네, 맞습니다. 물론 20년, 30년 후를 제가 감히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방언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거라 생각되진 않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지역별로 저마다의 뚜렷한 색채를 갖는 방언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각 방언이 서로 한 지점에서 유사해지는 경향이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지점이라는 게 표준어 내지 수도권 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전북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50대 이상이신 분들은 전북 방언을 잘 간직하고 있다 싶거든요. 교수님은 어떤 점에서 방언이 향후 큰 위기를 맞이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하영우]

네, 50대 이상이신 분들은 현재도 자신의 방언을 잘 간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끔 퇴근하고 나서 밖에서 모임이 있을 때 옆 테이블에 계신 전북 토박이 화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도 방언이 굳건히 잘 유지되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대를 조금만 달리 보면 또 그런 생각이 안 들기도 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니까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20대인데요, 대체로 전북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학생들은 전북에서 나고 자랐는데, 말하는 걸 잘 들어보면 가끔씩은 전북 토박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물론 말하는 중간중간에 전북 방언이 툭툭 튀어나올 때도 있고, 그럴 때마다 저는 내심 반갑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방언은 확실히 50대 이상과 비교해 정말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젊은 세대의 방언 사용이 크게 바뀌게 됐을까요? 


[하영우]

방언의 변화 요인은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무엇 때문이다라고 제가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방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해 보기에 20대의 경우는 방언 코드 스위칭, 그리고 표준어 수렴 현상이 주요한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진행자]

방언 코드 스위칭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어떤 현상인가요?


[하영우]

코드 스위칭은 쉽게 말해 상황에 따라 쓰는 말을 바꾸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영어권 국가로 여행을 가게 되면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말을 하잖습니까.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쓰는 말을 바꾸는 걸 코드 스위칭이라고 하는데요, 이걸 방언에 적용하면 방언 코드 스위칭이 됩니다. 가령 호남 방언 화자가 고향 친구와 대화할 때는 호남 방언을 쓰다가, 공식적인 상황에서 발표할 때 서울말로 대표되는 표준어로 코드를 바꿔서 말한다면 방언 코드 스위칭이 일어난 것이죠.


[진행자]

아, 제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아나운서 중에도 지역 출신들이 꽤나 있지 않습니까. 표준어를 평소에는 쓰는데, 지역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면 그 지역 사투리가 막 나오는 거예요. 더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죠. 그러면 교수님, 서울이 고향인 분은 방언 코드 스위칭이 없는 건가요?


[하영우]

좀 애매하긴 한데 서울이 고향인 분도 방언 코드 스위칭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매제가 수도권 출생인데, 대학 때문에 대구에 몇 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대구에서는 모두 경북 방언을 쓰다 보니까 매제도 자연스럽게 이쪽 방언을 배우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는 서울말을 쓰는데, 대구 친구들 만나면 자연스럽게 방언 코드 스위칭을 해서 경북 방언을 쓴다고 합니다.


[진행자]

방언 코드 스위칭이 그렇게도 가능하군요. 근데, 이 방언 코드 스위칭은 주로 20대에게서 일어나는 건가요?


[하영우]

그런 건 아닙니다. 보통 중장년층에게도 이 현상이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가까운 사례를 들자면, 저는 40대 호남 방언 화자인데 상황에 따라서 방언 코드 스위칭을 합니다. 강의할 때나 지금처럼 방송할 때처럼 공식적인 상황일 때는 표준어에 준하는 서울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서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방언 코드를 바꿔서 호남 방언을 씁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방언 코드 스위칭을 하는 세대는 비단 40대인 저뿐만 아니라 50대나 60대에게서도 흔히 관찰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런데 방언 코드 스위칭은 왜 사용이 되는 건가요?


[하영우]

방언 코드 스위칭은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그중에는 대화 상대자와 동일한 방언을 쓴다는 지역 문화적 동질성을 공유하기 위한 전략도 포함이 됩니다. 예를 들면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호남에 살다가 대학 때부터 서울에 살기 시작했는데, 서울에 산 지 오래되다 보니까 고향 친구들 만났을 때 가끔 방언 코드 스위칭이 고장 날 때가 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서울말을 자꾸 쓰니까 친구들이 거리감 느껴진다고, 좀 서운하다고 하더라고요. 유년 시절부터 함께 공유하던 방언이 있는데, 거기서 벗어나 있어서 아마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좀 정신을 잘 차리고 상황에 따라서 방언 코드 스위칭을 잘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진행자]

고향 친구들을 만날 때는 방언 스위칭 코드를 잘 켜놔야겠네요. 교수님! 그럼 방언 코드 스위칭 현상 중에 특이한 사례는 어떤 게 있을까요?


[하영우]

개인적으로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연인 간 대화 상황에서 나타나는 코드 스위칭입니다. 연인 관계인 두 사람이 모두 동일한 비수도권 방언 화자인데, 서로 대화할 때 본인들 방언 코드를 잘 안 쓰고 표준어 코드로 대화하는 걸 주로 선호하더라고요. 근데 표준어 코드는 대체로 공식적인 상황일 때 주로 사용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연인 관계지만 서로 좀 어색한가? 사랑이 덜 충만한 건가?’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뭐 그런 건 아닌 것 같고요,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 표준어 코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방언 코드 스위칭이 방언의 종말과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하영우]

방언 코드 스위칭이 전원 코드를 바꿔 끼우는 것처럼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의 언어 사용이 사실 그렇진 않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수도권 화자들이 표준어 코드를 쓴다는 것 자체가 자기 고유 방언에 영향을 주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식적인 상황에서의 대화가 훨씬 많은데요, 이 경우는 표준어 코드로 대화를 주로 하거든요. 그래서 자기 고유 방언 코드인 경우보다 표준어 사용 코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빈번하고 더 길게 유지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고유한 방언형보다는 표준어형을 사용하는 게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점점 고유 방언 코드가 자연스럽게 쇠퇴할 수밖에 없는 거죠. 외국인이 한국에 오래 살다보면 언제부턴가 한국어가 편해지고 자기 모국어 사용이 어색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샘 해밍턴 씨가 영어 못한다고 하잖아요, 영어로 대화할 일이 생기면 통역을 둔다고, 그런 거랑 비슷한 상황이네요. 그럼 방언 사용이 줄어드는 게 방언 코드 스위칭 때문인가요?


[하영우]

방언 코드 스위칭 영향도 있긴 하지만 젊은 세대의 방언 변화 중에 가장 큰 요인은 표준어 지향성에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진행자]

아, 그럼 방금 말씀하신 표준어 수렴 현상이라는 건, 방언이 표준어로 모아진다, 표준어와 비슷해진다, 그런 의미인가요?


[하영우]

네, 맞습니다. 표준어 수렴 현상은 비수도권 방언 화자들의 언어 사용 양상이 자기 방언의 고유 특성을 잃고 서울말로 대표되는 표준어와 닮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 시간에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서 서울말로 대표되는 표준어의 위상이 커졌다고 했었는데요, 이게 현재까지 유효하고요, 그래서 젊은 세대의 경우에 서울말을 따라 하려고 하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방언 연구 결과를 보면 표준어 수렴 현상은 특정 방언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방언권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호남 방언에서는 ‘읽다’를 발음할 때 [익꼬], [익찌]처럼 ‘익’으로 발음하는 것이 고유 방언형인데, 20대 호남 방언 화자는 ‘익’이 아니라 [일꼬], [일찌]처럼 ‘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방언도 고정된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변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자연스러운 호남 방언의 내적인 변화가 아니고요, 수도권 화자들의 발음을 따라 하는 겁니다. 이 외에도 모음을 발음하는 방식도 방언에 따라서 제각각 자기 특징이 있었는데, 현재의 비수도권 20대는 수도권의 20대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요, 이 현상 또한 모든 방언권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말 깔때기처럼 모든 방언이 다 표준어로 수렴되고 있는 게 현재 비수도권의 젊은 방언 화자들의 자화상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하영우]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서두에 말씀을 드렸듯이 지금 당장은 방언의 종말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가 중장년층이 되는 20년, 30년 뒤에는 지금처럼 지역마다 뚜렷하고 고유한 색채를 지닌 방언을 찾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좀 더 나아가서 말씀을 드리자면 모든 방언이 대체로 표준어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좋은 현상은 아니거든요. 우리가 어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를 찾을 때 종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삼듯이, 언어문화도 복합성이나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각 지역마다 지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그걸 표현하는 말도 달라진 거거든요.


[진행자]

방언의 다양성이라는 게 참 중요한 건데요. 좀 전에 언급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표준어 수렴 현상으로 방언이 크게 변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종말’이란 것까지는 사실 와닿지 않는 면이 있거든요.


[하영우]

저도 동의합니다. 방언이야 언제든, 늘, 바뀌고 변할 수 있고요, 그게 종말이라는 단어로까지 표현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표준어 수렴 현상으로 인해서 방언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것 외에 정말 방언이 통째로 없어지는 현상도 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굳이 무리해서 ‘종말’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방언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하영우]

아마 아나운서님도 이 지역에 계시니까 종종 뉴스로 접하시겠지만, 지역 소멸로 인한 방언 소실입니다. 지역소멸은 말 그대로 인구 감소로 인해서 그 지역 자체가 사라지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이 현상이 비수도권 지역, 그중에서도 주요 시 단위를 제외한 시골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전북 지역의 경우에는 전주나 익산, 군산 같은 시 단위 지역을 제외하면 대체로 모두 지역소멸 위험 지역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방언이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심지보다는 비도시화 지역이거든요. 마을이 하나 사라진다는 것은 그 마을이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 소멸 중에 방언도 있는 거죠.


[진행자]

지역소멸이 결국 방언의 종말과도 연결되는군요~ 지역소멸 해결책은 참 어렵고도 힘든 문제이데요. 방언의 종말의 경우는 특별한 해결책이 있을까요?


[하영우]

지역소멸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일개 국어학자인 저는 그런 방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역소멸을 저지하고 막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단위의 행정적인 묘수와 처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게 단기간 내에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방언의 종말’과 관련해서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지역소멸을 완전하게 막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보존이라도 해서 남기자는 것입니다.


[진행자]

방언을 보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텐데, 요즘 같은 데이터 시대에 방언 자료는 이미 많이 구축되어 있지 않나요?


[하영우]

답을 드리기가 좀 애매한데요. 많은데 많지 않습니다. 사실 방언 데이터는 아주 오래전부터 모으고 있었고요, 최근에는 방언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규모 측면에서 방언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관은 크게 두 곳 정도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모두 잘 아시는 국립국어원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지역어조사]를 통해서 전국을 대상으로 방언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지역어조사]는 방언 전공자들이 모여서 구축한 것이기 때문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2020년에 이 자료를 한데 모아서 [지역어 종합정보]라는 누리집을 만들게 됩니다. 이 누리집은 방언 어휘나 방언 대화 자료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고요, 방언 지도도 제작이 가능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국립국어원의 [지역어 종합정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각 방언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나요?


[하영우]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역어 조사]는 방언 전공자들이 모여서 구축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질적 차원에서는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조사방법상 데이터 사이즈가 그렇게 크진 않거든요. [지역어 조사]가 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방언 화자 여러 명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1~2명 정도만 조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초거대 데이터 구축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질적 차원에서는 매우 훌륭하지만 규모적 측면에서 좀 아쉬움이 크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진행자]

그런 아쉬움이 있군요. 그럼 국립국어원 외에는 방언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관이 없는 건가요?


[하영우]

아닙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서 대한민국도 AI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학습용 대규모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AI HUB를 들 수 있습니다. 이 AI HUB는 인공지능 학습용 자료를 다양한 유형으로 구축하고 있는데, 그중에 한국어 데이터도 있고요, 그 안에 대규모 방언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규모를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기준을 잡기가 좀 어렵지만, 예를 들면 전라도 방언 데이터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약 600GB입니다.


[진행자]

전라도 방언 자료 중 하나가 600GB라면 꽤 큰 것 같은데, 그럼 방언 자료 구축이 이미 충분하게 된 것으로 봐도 될까요?


[하영우]

AI HUB에서 구축한 데이터가 규모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데요, 사실 데이터 면면을 살펴보면 질적 차원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좀 많습니다. 이 데이터는 인공지능 학습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방언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게 진짜 전라도 방언 자료가 맞냐 라는 물음이 종종 생길 정도로 방언 데이터로서의 정합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양적 차원에서는 아주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질적 차원에서 보면 좀 아쉬움이 크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교수님 말씀을 종합해보면, 국립국어원의 자료는 질적으로 우수하지만 양적인 부족함이 있고, AI HUB의 자료는 반대로 양적 우수함이 있지만 질적 부분의 문제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하영우]

네, 정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방언의 변화가 소멸을 종착점에 두고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방언 데이터의 구축은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죠.


[진행자]

그럼 방언의 종말을 막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하영우]

사실 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방언 자료 수집이라는 게 해당 기관의 목적과 사정에 따라서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했던 국립국어원이나 AI HUB 같은 경우에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저는 방언 데이터는 각 방언권에 속한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서 방언권 사정에 맞게 데이터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문화 데이터 산업의 하나로 보고 장기적으로 설계해서, 해당 지자체에서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방언 데이터 보존과 구축을 진행하는 거죠.


[진행자]

그런데 방언 데이터를 구축하려면 상당한 전문 지식이 필요할 텐데요. 지자체만으로는 방언 데이터를 구축하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요?


[하영우]

네, 지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자체가 중심이 되고, 지역 내 대학 같은 학술 기관과 데이터 산업 기관이 융합해서 방언 데이터 아키텍처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아키텍처는 데이터를 설계하고 저장하고 관리하고 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하는 프로세스를 말하는데요, 이걸 방언에 적용하는 거죠. 방언 데이터 아키텍처 방식으로 소멸하고 있는 방언을 데이터화 하는 것이 지역 언어문화를 보존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데이터가 곧 산업이 되는 시대에는 AI HUB처럼 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지자체가 지역 내 대학과 산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협력해서 지역 특화를 이끌어내는 게 지금의 시대적 흐름과도 맞기도 하고요.


[진행자]

방언 데이터 아키텍처를 통해서 방언 종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하영우]

방언 데이터 아키텍처만이 방언의 종말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의 요구나 흐름에 맞는 방식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언 데이터 아키텍처보다 더 중요한 점은 큰 물결처럼 이제는 거스르기가 힘들어진 방언의 소멸 혹은 방언의 종말을 어떤 방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벌어질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해결할 방법이 아예 없어질 문제니까요.


[진행자]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 말맛을 담고 있는 방언이 종말을 맞는 일이 없도록 방언을 보존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교수님! 네 차례에 걸쳐서 방언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동안 함께한 소감이 어떠신지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하영우]

지역의 말에 대해서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아쉬웠는데요,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우리 지역의 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온다라인문학센터와 함께 우리 지역의 인문학을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인문 클래스 시즌3! 오늘은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하영우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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