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서윤]
환경 이슈에 대한 우리 지역민의 외침을 듣다. 현장의 메아리! 윤성종 에코 리포터 나오셨습니다.
지난주 토요일(5월 31일)에 전북현대가 짜릿한 승리를 거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다녀오셨다고요?
[윤성종]
지난주 토요일은 K리그 17라운드 전북 현대 모터스와 울산 HD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가보니 옛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더라고요. 제가 직관을 자주 다니던 2년 전쯤에는 일회용품이 흔히 사용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다회용품으로 바뀌어서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목서윤]
푸드트럭 다회용기 사용이 2024년 9월부터 시행됐으니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았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보니까 잘 이뤄지고 있던가요?
[윤성종]
경기장 밖에서도 다회용기를 챙겨 오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토요일 경기가 매진이었던 만큼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서 다회용기 사용과 반납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다행히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푸드트럭 앞에 줄을 서서 주문하고, 종이 영수증과 번호표를 받는 방법이었는데요. 요즘은 푸드트럭 옆 QR 코드를 이용해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바뀌었습니다. 종이 주문서나 영수증을 줄이며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 곳곳에 다회용기 반납구역이 16곳 정도 배치되어 있었는데요. 다회용기 사용이 시행된 지 시간이 꽤 흘러서 그런지 다들 자연스럽게 반납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목서윤]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선 작은 변화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잖아요. 전주 월드컵 경기장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도민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도 궁금한데요. 경기장에서 직접 여쭤보셨다고요?
[시민]
“예전에 비해서 다회용기 사용이 많아졌는데요. 사용이나 처리에서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미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서 꼭 필요한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회용기를 전주 월드컵 경기장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일회용기를 줄여나가면서 환경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목서윤]
경기장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시행하니까 시민분들도 좋아하잖아요. 이런 변화를 거부하는 측의 말을 들어보면 사용된 용기를 특정 장소 반납해야 함에 있어서 시민의 불편함이 따를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데 그게 얼마나 핑계에 불과한지 시민분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니까 확 와닿네요.
사실 전북 현대 모터스가 다회용기 도입 이전에 먼저 시도해 본 게 있다고요?
[윤성종]
혹시 이 문장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까요? “컵 하나가 바뀌면, 경기장이 달라집니다.” 이 문장은 전북 현대 모터스가 다회용 컵 도입을 알리며 내건 슬로건입니다. 지난 2024년 4월 6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의 홈 경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는데요. 관객들이 다회용 음료 컵을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북 현대는 전북도청, 트래쉬버스터즈, 탄소중립시민회와 협력해서 경기장 내 음료 판매 시 다회용 컵 사용을 처음으로 시범 도입했는데요. 현장 반응도 꽤 괜찮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일 다회용컵 회수율이 무려 90%에 가까웠습니다. 한 경기에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 특히 음료 컵만 해도 수천 개에 이르는데요. 다회용기 사용이 자리 잡는다면 한 시즌에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수만 개에 이를 거란 전망도 있었습니다.
[목서윤]
우선 컵으로 지난해 4월에 시범적으로 시도해 봤나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호응도 좋고 우려됐던 다회용컵 회수율도 상당히 높았기에 다회용기로 확대하는 기회가 마련된 것 같은데요. 전면 다회용기 사용으로 바꾼 게 작년 9월이라고 하셨죠?
[윤성종]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 전북지속가능협의회와 손잡고 친환경 다회용기 사용을 K리그 최초로 2024년 9월 1일에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다회용기 도입은 친환경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지역 축제, 장례식장, 커피 전문점 등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전북의 방침이었는데요. 이 방침은 9월부터 3개월 동안 2천여 개의 다회용기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지원해서 연말까지 약 528킬로그램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계획으로 시작됐습니다.
[목서윤]
다회용기 도입 이후로 현장에 아직 못 가보신 분들을 위해서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윤성종]
우선 다회용기는 경기장 안에 있는 푸드트럭을 중심으로 사용됩니다. 관람객들은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서 소비한 후, 경기장에 설치된 16곳의 반납 부스에 용기를 반납하면 되는데요. 이렇게 반납된 용기는 전주 지역 자활센터에서 수거해서 세척과 살균 과정을 거쳐서 다음 경기에 다시 사용됩니다.
[목서윤]
작년 9월에 시작한 이후로 최근에 개선된 점도 있다고요?
[윤성종]
2025년 2월 16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2만여 명의 관중 앞에서 일회용품 없는 전북 선포식을 개최하고 일상 속 일회용품 감축 실천 확산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번 선포식은 공공기관이 일회용품 감축을 선도하고 민간 기업과 도민이 함께하는 친환경 실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현장에서는 도민들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전북을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는 특별한 한걸음에 함께 해주세요!’라는 실천 캠페인 영상이 상영되었고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공동 선언이 진행되었습니다.
[목서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실천하겠다고 한 건가요?
[윤성종]
이날 협약에는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비롯해 각 기업과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했는데요. 일회용품 감축과 재활용 촉진,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사업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는 올해를 일회용품 없는 전북 실현의 원년으로 삼고 7억 원을 투입해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하고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남원 축제 다회용기 사용 선도 모델 구축 및 전국 유일 체험형 환경 프로그램 지원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며 일회용품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축구장, 지역 축제 등의 다회용기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목서윤]
전주 월드컵 경기장 내 다회용기 사용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다른 도시에서도 축구 경기할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윤성종]
K리그 최초로 전북이 다회용기 사용을 도입한 것에 발맞춰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최근에 눈에 띄는 곳은 바로 수원인데요.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홈구장으로 이용하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2025년 5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시작했습니다.
[목서윤]
수원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요?
[윤성종]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전북 현대와 마찬가지로 경기장 안에 있는 모든 푸드트럭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수원 삼성은 매점에서도 다회용기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반납함에 반납된 다회용기는 전문 업체가 수거한 후, 7단계 고온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서 다음 경기에 재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이러한 다회용기 사용은 수원시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협력한 ‘일회용품 없는 친환경 경기장’을 만들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목서윤]
축구 경기장의 다회용기 사용 사례를 말씀해 주셨는데 농구나 배구 등의 다른 종목에서도 친환경적인 움직임 있을까요?
[윤성종]
농구 경기장과 배구 경기장이 운영되는 서울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시에서 운영하는 주요 체육시설 내 일회용품 퇴출을 추진하면서 농구 경기장과 배구 경기장에도 다회용기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잠실 실내체육관과 잠실 학생체육관, 장충체육관 등 7개의 대형 경기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목서윤]
그럼 현재는 어느 정도의 친환경 노력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윤성종]
서울시는 각 경기장에 입점한 식음료 매장에서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요. 도소매 매장에서는 일회용 비닐봉지나 쇼핑백 판매 및 무상 제공을 금지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도입될 경우 약 1,600여 톤의 폐기물과 온실가스 5천여 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목서윤]
경기는 거들 뿐, 먹기 위해 경기장에 간다는 종목이 있죠. 바로 야구 경기장인데요. 다회용기 도입도 사실 가장 먼저 됐죠?
[윤성종]
야구장도 다회용기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가 없죠. 많은 야구 경기장이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KT 위즈파크와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먼저, KT 위즈파크에서는 2023년 4월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시작했습니다. 식음료를 구매할 때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사용 후에는 전용 수거함에 반납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또한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는 2024년 7월 5일과 6일에 열린 KBO 올스타전에서 다회용기를 도입했습니다. 34개 매장 중에서 20개의 매장에 컵, 면기, 사각용기, 트레이 등 총 1만 3천 개의 다회용기를 제공했으며 반납함과 전담 수거 인력을 배치해서 원활한 운영을 도모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2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34.5%의 일회용품을 감량하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목서윤]
근데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보통 해당 스포츠팀이 의지가 있어야 지자체와 협업을 하는 형식인가 보네요. 장소나 구장에 따라서 다회용기 사용 유무가 나뉘는 게 아니고 팀별로 다른 점이 있나 봅니다. 이렇게 타 시도나 구단의 활동을 보면서 어떤 점을 우리가 배울 수 있을까요?
[윤성종]
전북 현대의 활동은 매우 모범적이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는 확장해 볼 여지도 필요해 보이긴 하는데요. 첫 번째는 매장 확대 운영입니다. 전북 현대는 현재 푸드트럭을 중심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야구의 경우에는 인천 SSG 랜더스필드 34개의 매장 중 20곳이 다회용기를 도입했거든요. 전주 월드컵 경기장 내 매점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큰 환경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 사용되는 그릇이 다회용기여도 밖에서 음식을 사서 들어갈 때는 일회용품을 반입을 허용하는 부분이 아쉽긴 하더라고요.
[목서윤]
경기장 내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살 때는 좋든 싫든 다회용기에 제공되는데, 밖에서 음식을 사서 들어갈 때는 그런 제약이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외부에서 반입되는 음식이 많을수록 효과가 작아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윤성종]
두 번째로 말씀드릴 부분은 전담 수거 인력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다회용기 반납은 자발적 참여가 핵심인데요. 이게 사람들에게는 번거롭다고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야구장의 경우 다회용기 전담 수거 인력을 따로 배치해서 안내와 회수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전북 현대도 수거 인력이나 반납 유도 요원을 늘리면 번거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의 반응도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
[목서윤]
이렇게 다회용기 중심으로 이야기해봤는데요. 경기장에 갈 때 교통수단도 중요하잖아요.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환경에 좋을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윤성종]
전주에 거주하는 전북 현대 팬분들이라면 ‘1994 버스’를 아실 것 같은데요. 전주시는 친환경 버스를 운영해서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도심 내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기여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목서윤]
버스를 이용한 많은 사람이 전부 자가용으로 이동했다고 하면 주차 문제도 있고 매염도 엄청 심했겠죠.
[윤성종]
제가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현장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이벤트 진행을 위해 3시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이미 자리가 없었어요. 이왕이면 버스로 이동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목서윤]
이제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도민 분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도록 할까요?
[시민]
“어렸을 때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오면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고 쓰레기도 많았는데요. 요즘은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ESG 실천과 관련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전광판 LED 교체나 다회용기 사용처럼 환경을 많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바람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전주 월드컵 경기장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목서윤]
이렇게 시민분들의 바람과 생각까지 들어봤습니다. 성종 씨도 오늘 이야기 준비하면서 스포츠 문화가 앞으로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느끼신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윤성종]
시스템은 정부가 만들지만, 문화는 시민들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다회용기 사용 등의 친환경 시스템을 아무리 도입해도 정작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거잖아요. 경기장에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는데, 그 아이들이 다회용기 사용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게 친환경 문화가 앞으로 잘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서윤]
지금까지 윤성종 에코 리포터와 함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