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추억의 '문방구'와 무인 문구점]
수업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부터 오락, 만남의 장소까지 '문방구'는 어린 시절 참새 방앗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100원, 200원짜리 자주 사 먹었던 간식들부터, 수십 년간 학교 앞을 지키며 아이들보다 학교 준비물을 더 잘 알고 챙겨주는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손길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문방구는 추억 저 너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무인화로 운영되는 새로운 형식의 문구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판매자 없는 무인 문구점, 아이들에겐 어떤 존재일까요. 무인 문구점 역시 각종 문구 용품은 물론 과자나 젤리 같은 간식류와 완구 등을 팔고 있습니다. 등·하굣길에 아이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 무인 문구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모두에게 환영받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인근 무인 문구점에서 위험한 장난감이 판매되는 경우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뉴스나 소식을 알게 된 학부모 사이에서도 "충격적이다" "심각하다" "어쩔 수 없이 사준다" 등의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외계인 얼굴의 인형에 주사기로 이물질을 집어넣어 여드름처럼 만든 뒤 손으로 짜내는 ‘여드름 짜기 말랑이세트'.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 장난감은 마치 여드름 같은 이물질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는데요.
"스트레스 해소!" "강력한 중독성" "리얼한 손맛" 등 자극적인 멘트는 물론 의료용 주사기와 유사한 금속 바늘도 들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접하면 학부모들은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주MBC 자료사진]
[수갑, 총, 액체 수류탄까지..문방구 맞나?]
실제로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판매가 되고 있는지 한 아파트 앞 문구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장난감들이 모여 있는 가판대에서 '여름짜기 말랑이'가 놓여있었고, 3천 원대 가격으로 손쉽게 살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액체 수류탄과 수갑, 고무줄 총 등 종류도 다양하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접한 여드름짜기 말랑이 주사기는 끝부분이 예리하지는 않았지만 찌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아이들에게는 위험해 보였습니다. 액체 수류탄은 박스를 개봉하자 톡 쏘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용 연령이 모두 '14세 이상'으로 표기돼 안전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구매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학생 등 14세 미만의 어린이로, 별다른 연령 확인 없이 무인 매장과 문구점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14세 이상 사용 제품은 어린이용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KC 마크 등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아도 판매나 유통이 가능합니다. 법적 기준의 모호함과 유통의 허술함이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도 필요하지만 유해 제품에 대한 조사와 함께 14세 미만 아이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과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을 구분해 주는 등의 현행법 정비가 필요합니다.
["구하기 쉬워요" 무인매장 무방비]
도둑보다 무서운 인건비에 무인 형태의 가게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구점에 이어 아이스크림 판매점, 코인 노래방, 편의점, 정육점, 빨래방 등등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전자담배 관련 물품을 판매하는 무인점포까지 등장하면서 청소년들이 사이에서 손쉬운 구매처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무인 매장은 청소년 출입 통제가 미흡하고 허술한 신분증 인증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학교 주변 200m 안에서는 담배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유사 담배'로 분류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률상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히 규제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인건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못하는 사업주는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무인매장 창업에 고민거리도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이용을 꺼리기 때문에 그만큼의 매출은 포기해야 합니다. 매장에 CCTV가 있어도 생기는 절도나 쓰레기 폭탄, 주취자 난동에 따른 괴로움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업종에 무인매장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 인건비 부담 때문입니다. 인건비 증가와 경영난 속에 소상공인의 폐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무인매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동시에 문방구의 위험한 물건에서 보듯 무인 매장이 불러오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구체적인 규제와 정책의 빈틈을 채우는 일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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