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2(화) 책방에 가다

소개해주실 책은?

이번 주에는 ‘불평등’과 관련한 책들이 눈길을 끕니다.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를 보면 세계 상위 0.1%의 재산이 하위 50%인 38억 명의 것과 같았답니다. 

20대 80의 법칙은 옛말이고 말로만 들었던 ‘0.1대 99.9’ 사회라는 게 수치로 확인된 거에요. 

잘 사는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그 안에서 또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데 ‘나는 중산층이라 괜찮다?’ 주목할 것은, 

하위 50%와 상위 1% 사이에 있는 약 40%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부의 성장률은 ‘0’이라는 겁니다.  

먼저 살펴볼 책이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동녘)> 입니다. 

2013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에요. 번역이나 용어의 문제를 다듬어서 새로 냈다구요. 

이 책에서는 다들 문제의식은 있는데 왜 불평등이 그대로지? 오히려 더 심해지지? 

그 이유를 풀이하는데요. 불평등으로 피해를 당하는 계층이, 부를 거머쥔 사람들, 불평등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심어놓는 거짓말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평한 거야, 대기업이 잘 돼야 작은 기업들도 잘 되지, 노력이 부족해서 그래, 죽도록 노력해봤어? 이런 것들이죠. 

“선거철만 되면 그들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도 꼬집습니다. 

이 책은 불평등이 심해지는 이유를 신랄하게 파고들면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제안을 하고 있어요. 

 

영국의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이 쓴 <불평등 트라우마(생각이음)>는 불평등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력과 사회적 스트레스의 정체를 탐색하는 책입니다. 

불평등이 사람들 마음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불평등이 불안 수준을 어떻게 높이는지, 다양한 정신질환과 정서적 장애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데요.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부자인가 아닌가 보다 내 주변과 비교해서 내가 가난한가 좀 나은가를 평가한다는 거에요. 

빈부간 소득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자기 과시나 자아 도취 같은 정신과적 문제도 더 많이 발생하고, 

또 불평등이 증가하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난다네요. 경제와 사회적 심리의 상관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마리 힉스의 <계획된 불평등(이김)>은 영국판 경단녀, 경력 단절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기억하시죠? 

2차 세계대전 때 천재적인 수학자가 절대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를 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영화적인 재미를 위해서였는지,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에는 중요한 부분이 삭제돼있습니다. 수학자 앨런 튜링이 독일군의 암호 해독을 하는 동안 그 정보를 도청하고 판독하고 기록하는 게 

바로 수많은 여성 요원들의 역할이었다는 거죠. 

뿐 아니라 남자들이 다 전쟁터에 군인으로 징집돼나가니까 영국 정부는 산업 현장으로 여성들을 징집합니다. 판금, 용접, 금속 관련... 당시 여성의 80~90%가 산업 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전쟁이 끝나자 ‘다 집으로 돌아가세요’, 숙련된 여성들의 기술을 무시하고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의 성차별을 가져온 거죠. 

이 때문에 2차 대전 때는 암호 전쟁에서 승리했으면서도 현재 영국의 컴퓨터 산업은 폭망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정부의 산업 개입, 불평등한 구조 조정을 짚어냅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전쟁 전후 산업 상황을 담아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