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3(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2017년 퓰리처상 수상작입니다. 리처드 파워스의 <오버스토리>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 문학, 음악 분야의 상이죠. 

이 작품은 그 중 문학-픽션 분야 수상작이에요. 제목인 ‘오버스토리’는 숲 맨 위쪽, 숲의 뚜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의 생김새를 뜻하는데, 표지하고 딱 어울려요. 

표지가 아주 초록초록한데 저 안에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있을까, 이 책은 나무, 숲과 관련된 이야기에요. 

각각 나무의 부름을 받은 9명의 주인공들, 면면을 살펴볼까요.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매일매일 같은 자리에서 찍은 밤나무 사진 백년치를 물려받은 화가가 있고, 

이민자 아버지로부터 뜻 모를 아라한의 족자와 나무가 세공된 반지를 물려받은 엔지니어 딸이 있습니다. 

격추당했다가 나무 위로 떨어져서 살아난 공군, 감전돼 죽었다가 공기와 빛의 존재들에 의해 다시 살아난 파티광, 

또 나무 연극으로 만나게 된 변호사와 속기사,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된 후 컴퓨터 속 세계에서 살아가는 프로그래머가 있습니다. 

그리고 청각과 언어 장애를 가졌지만 나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과학자가 있구요. 

탄생목으로 단풍나무를 선물 받고 이 나무가 자신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믿었던 순수한 소년이 있죠. 

 

각자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다 우연한 기회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무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서로 만나서 얼마 남지 않은 원시림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는데요. 숲은 개발하려는 사람들과의 충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폭력, 그로 인한 희생으로 이야기는 이어지죠. 그래서 분량이 좀 길어요. 무려 7백여 페이지에 달합니다. 

나무와 숲이라는, 워낙 큰 주제에 접근해가는 이야기라서 얼개가 방대하기도 하고 읽으면서도 그 무게감에 압도되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면 밤나무, 뽕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린덴나무, 무화과나무 등등 여러 나무들을 만나게 돼요. 

그 묘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으로 그 나무를 찾아보게 됩니다. 

또 중간 중간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더라구요. 

한때 사방 400킬로미터 이내에서 유일하게 솟은 나무였지만 술 취한 운전자에게 들이받혀 사라진 ‘테네레의 나무’나, 

가지 끝이 아니라 몸통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자보티카바 나무, 폭발음을 내며 씨앗을 시속 260킬로미터로 쏘아대는 후라 크레피탄스, 

이런 존재의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이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을 하는데 인간은 얼마나 무심하게 파괴를 하나 가슴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아주 멋진 환경 소설 하나 만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김영하 소설가가 여행과 문학적 경험을 엮어낸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출간했네요. 

도덕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담은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재밌게 읽은 분이라면 역시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