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주가 세상밖으로 뻥하고 나오던날~~

복분자주가 세상 밖으로 뻥 터진 사연

 

저희 친정은 복분자.수박이 유명한 전라북도 고창이다.

친정엄마 연세가 올해 80세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건강하시고 원만한 농사일은 혼자서 감당 하실 정도로 일 욕심이 많으셨는데 대상포진을 앓으신 후로 급격히 건강도 안 좋아 지고 마음도 약해지신 거 같아 될 수 있으면 찾아뵙려고 해도 직장 생활 한다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데 며칠 전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번에 마늘이랑 양파는 사지 마라하시면서 한번 다녀가라는 전화 이었다.

토요일 시간 내서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대문는 열려 있고 엄마는 안 계셔 여기저기 밭에 계시나 봤더니 역시나 땡볕에 참깨 모종을 하고 그 연세에 집에 안계시고 참깨.고추.고구마.땅콩등 온갖 밭작물을 심고 가꾸고 관리하시다 보니 당신 몸은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평생 하시던 습관대로 동동거리며 바쁘게 살고 계신다.

저녁에 오빠 네랑 삼겹살에 복분자주를 먹고 이제는 자식들 걱정 그만 하시고 엄마 건강만 생각 하시고, 제발 일좀 그만 하시라고 했는데 평생을 자식들한테 받는 것보다 주는것에 익숙해진 습관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날 오빠네 는 서울이라 아침일찍 출발 했고 나는 익산이고 한꺼번에 다 빠져나가면 허전 하실 거( 실상 엄마는 밭농작물 가꿀 생각에 마음에 여유가 없고 꼬부라진 허리로 항상 바쁘게 움직이신다.) 같아 나중에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 전에 엄마 용돈을 드렸더니 사양하셔서 나중에 복분자주(올해도 20키로 담금) 거르면 한 병 주셔~~

그랬더니 그때야 받으시면서 복분자주를 주신다며 주방 옆 창고로 가시더니 작년거 아껴두셨는지 1.8리터짜리 복분자주 2병 가지고 나오셨다.

 

그런데 1.8리터 소주병(플라스틱)에 담긴 복분자주 상태가 육안으로 봐도 정상이 아닌 것이 양옆이 팽팽하고 밑면도 튀어나와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아~

엄마 이거 가스가 너무 많이 차 금방이라도 터질 거 같은데

엄마는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면 괜찮어~”

하시는데 내 짧은 생각에 엄마 혼자계실 때 냉장고 안에서 폭발할까바 어떠하든 내가 있을 때 해결해야 될 거 같은 사명감에 폭탄을 안고 싱크대 개수대에서 처음 1병을 마개를 살짝열어더니 픽피식 하면서 순간적으로 좁은 입구를 향해 그동안 억눌러 있었던 감정을 토해 내듯이 픽~픽 부글 거품과 함께 병에 있던 복분자 절반가량을 개수대로 쏟아 내고서야 진정이 되었는지 멈추었다.

 

남은 1병도 가스를 빼서 진정시키고자 조심스럽게 살짝 뚜껑을 돌리는 순간 뻥~~~~

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되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얼굴 전면을 복분자주로 강타 당해 순간 눈을 감고 그대로 정지 상태였다.

한참을 그대로 있다 얼굴을 대충 훔치고 주변을 보니 주방 천정. 벽면. 그릇. 식탁에 있는 모든 물건과 싱크대 반경 6미터 까지 튀어 벌건 복분자로 물들여 있었다.

엄마는 당신 말 않듣고 일냈다고 역정 내시며 내가 살면서 경험으로 너보다 났다며 냉장고에 넣어 뒀다 나중에 열면 괜찮은데 일냈다 하시며

꼬부라진 허리로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네 하시면서 뒷수습에 여념이 없으시다.

 

방에서 나온 남편이 벌어진 참사에 어이가 없는지 병을 열기 전에 손으로 살짝 누르면서 열면 괜찮다면서 나의 무지함을 탓해 아무소리 못하고 열심히 닦고 있는데 남편이 절반 남은 복분자병으로 시범을 보이다가 튀어나온 밑동이 제대로 서지를 못하고 데굴데굴 2차로 바닥에 쏟아내 또 한 번 바닥이 복분자로 흥건해 졌다.(엄마 아시면 또 혼날까봐 나는 웃음을 참으며 잽싸게 닦아냈다)

복분자 폭발사건후 현장을 보니 싱크대의 하얀색 상부장과 .냉장고 옆면.문짝.천정이 보라색으로 물감 칠해 놓은 거 같이 얼룩이 지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내 발바닥과 손은 복분자 물이 들어 그날의 참상을 말해 주고 있다.

엄마일 도와준다는 것이 힘만 더 들게 하고 평생을 불효 하는 거 같아 오늘도 불효자는 죄송하기만 합니다.

 

-익산 딸 김 명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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