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화)책방에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날은 뜨겁고, 내 몸뚱이 하나도 버거워지는 요즘, 책을 읽으라고 하면 그 무게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마음에 상큼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을 들고 왔습니다.

만화책이에요. 저희 세대만 해도 방학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만화방에 가서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놓고 하나하나 클리어해가는 거였는데, 

공감하시죠? 요즘에는 웹툰으로 보기 때문에 방학이 아니어도 저녁에 자기 전에 한 편씩 훑어보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오늘 소개할 책은 조현아 작가의 ‘연의 편지(손봄북스)’입니다. 

 

이 만화는 원래 한 포털사이트에서 작년 여름에 10부작으로 공개됐던 작품이에요. 

연재되는 동안, ‘지브리급이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평점 평균 9.98의 높은 점수를 얻었었는데요.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됐습니다. 역시 만화는 종잇장을 넘겨가면서 읽어야 제 맛이죠. 

스토리를 볼까요? 첫 회부터 강렬합니다. 학교 폭력을 겪고 있던 친구를 도와주다가 자신이 표적이 되어버린 소리. 

전학을 가지만 이전 학교에서 겪은 폭력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안쪽에 붙어 있는 숨겨진 편지를 발견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됩니다. 

발신인 불명의 편지는 학교의 지름길, 반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표, 선생님의 특징을 설명하며소리가 새 학교에 빨리 적응하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죠. 

첫 번째 편지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편지... 

마치 숨은 보물 찾듯이 편지를 찾아가면서 소리는 새 학교에 적응하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청록색을 기반으로 한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색채에, 컷마다 주인공이 당장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생동감 넘치는 연출,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 

거기에 편지라는 매개물로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려는 마법 같은 낭만이 더해져서 짧은 기간 연재에도 독자들의 반향이 대단했습니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제작되면서 모든 컷을 페이지 단위 연출에 적합하게 바꿔서 많은 분량이 새롭게 그려졌고, 웹툰에서 시선을 빼앗은 갖가지 장면은 그대로 재현하고, 

또 작가가 아쉬운 점을 보완해서 그린 수많은 배경과 중간 컷이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이 작품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도 해요. 국내 감성 만화의 수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출간 기념 증정품들이 다양하게 구성돼있던데, 이걸 소장하고 싶어서 여러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삶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지만, 더운 마음에 모처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것 같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더위를 이길 또 하나의 방법. 

이번에는 잔잔한 바람 정도가 아니라 등골이 오싹하게 할 책입니다. ‘신 무서운 그림’, 이 책은 다양한 그림과 함께 거기 얽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그런가 하면 장강명 작가의 ‘산자들’은 노동자, 철거민, 알바생, 자영업자, 영세 음악인, 취업 준비생, 구조조정 대상자 등을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무서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