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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는 죽음에.."사과 받을 기회조차 잃어"
2021-11-26 541
허현호기자
  heohyeon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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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지난 23일 사망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의

발인이 내일 예정돼 있는데요.


자신이 저질렀던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 없이 사망한 독재자의 평온한 죽음을,

그저 견뎌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5.18 피해자부터 간첩단 조작 사건까지,

사과받을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VCR▶

41년 전 5월 17일 밤,

그날의 악몽을 여전히 잊지 못하는 조혜경 씨..


사과와 반성 없는 죽음에,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세종 열사 추모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학생들이 농성 중이던 학생회관에

들이닥친 계엄군의 불빛과 군홧발 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무자비한 폭행..


옥상으로 쫓겨 갔던 친구 이세종 열사는

온몸에 멍이 든 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INT▶조혜경/당시 전북대 2학년 재학

가해자들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이렇게 살다가 가고 하는 모습에 대해서, 너무 분노가 일었어요. 견딜 수 없이....


1982년 당시 군산제일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젊은 교사였던 채규구 씨,


'빨갱이'로 몰려 대공분실에서 함께

고초를 겪었던 선배 교사 고 이광웅 시인의

시비를 찾았습니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학생들에게 큰 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누구보다 순박했던 무고한 교사에게, 시대는

이렇게 고통에 찬 시를 쓰게 만들었습니다.


◀INT▶채규구/당시 군산제일고 교사

여기서 빠져나갈 길은 없는 거구나, 이런 절망과 좌절에 다 빠지게 되죠. 그리고 그 당시에 고문이라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직접 당한 사람들은....


그저 시집 한 권 돌려 읽었을 뿐인데,

전두환 정권은 교사들에게 '오송회'라는

꼬리표를 붙여 간첩단으로 몰았습니다.


9명 중 채 씨를 비롯한 6명은 1심 판결에서

실형을 면했지만,


[CG]

전두환은 이 사건을 2차례나 언급하며

"빨갱이를 무죄로 하면 안 된다", "판사 태도가 문제다"라고 불호령을 내렸고,


결국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26년 뒤

재심으로 명예 회복이 될 때까지 아픔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INT▶채규구/당시 군산제일고 교사

전두환이 죽었으니 끝내자, 이런 것은 저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잘 살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청산돼야 된다.


평생 고통과 상처 속에서 살고도

가해자의 평온한 죽음 앞에서

이제는 영영 사과받을 기회조차 잃은 사람들..


다만 "돌아가셨으니 명복을 빈다"는

이들이 말하는 "최소한의 도리"는 무엇인지,

되묻고 있습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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