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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입장료 천 원? 귀찮은데 그냥 내고 말지 뭐”.. 쓰레기만 남은 전주가맥축제
2022-08-16 1109
목서윤기자
  moksylena@gmail.com

시원한 맥주와 화려한 드론쇼, 북적북적한 인파.


전주종합경기장이 이토록 붐빈 적이 언제였던가. 3년 만에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시민들은 코로나 우려는 잠시 내려놓은 채 축제를 즐겼습니다. 


 (사진 : 드론으로 표현한 전주가맥축제)


가맥축제가 열리지 못한 지난 3년 동안 모두 힘들었지만, 사회가 조금 나은 방향으로 전진한 부분도 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고, ESG를 추구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많아지는 등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것이 새로운 추세인 것. 


전주에서 오랜만에 열린 이 대규모 대면 축제 역시, 올해 처음 ‘환경부담금 규정’을 내놓았습니다.


방문객들은 입장 시 1000원을 내야 하는데,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을 지참하면 이를 면제해 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입장료를 낼 때까지도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으며, 입장 규정을 꼼꼼히 찾아보지 않으면 입장료 면제를 전혀 모를 정도로 안내나 홍보가 미흡했습니다. 


소리 소문 없는 천 원의 환경부담금. 과연 환경을 개선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었을까?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축제 현장을 찾았습니다. 


티켓부스 앞에 길게 들어선 줄. 텀블러를 가져온 시민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티켓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어찌 알고 다회용기를 지참한 사람이 간혹 있긴 했지만 대다수는 입장료를 지불했다고. 



(사진 : 텀블러를 지참하면 입장료가 무료지만, 손에 텀블러를 쥐고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입장 후 어렵사리 찾은 텀블러 대여 부스. 환경부담금을 이미 지급하고 입장한 관객이 관심을 보일 리 없습니다.


몇몇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만이 자리를 지킬 뿐, 부스는 관객들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사진 : 얼핏 보면 환경부스 앞 줄 같지만, 실은 옆 부스에서 음식을 사기 위한 것.)


환경부스 바로 옆에는 음식을 사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줄을 선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 텀블러 지참할 경우, 무료입장 가능한 사실 알았나?


시민1: “알았지만 퇴근하고 바로 오느라 텀블러를 챙겨 올 수 없었다.”

시민2: “몰랐다.”

시민3: “텀블러가 없다.”

시민4: “천 원이면 그냥 내고 말지... 텀블러 들고 다니기 귀찮기도 하고.”

시민5: “입장료가 오천 원 정도 했으면 고민해 봤을 것 같다.”


- 바로 옆 텀블러 대여 부스가 있는데, 사용 안 하는 이유는?


시민1: “번거롭다.”

시민2: “그냥 천 원 내고 일회용품 쓰는 게 마음 편하다.”

시민3: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이틀 동안 4만여 명이 축제를 즐겼지만, 대여 텀블러를 이용한 시민은 90여 명에 불과. 처음부터 개인 텀블러를 지참한 시민도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시민단체 노력 무색케 하는 주최 측의 소극적 운영]


실적은 초라했지만 전주가맥축제가 내놓은 ‘환경규정’ 뒤에는 시민단체들의 뜨거운 노력이 있었습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달 초 공동 성명을 내고, 


지역 축제 때 “일회용품 사용량 증가 등으로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전북도와 시·군은 ‘일회용품 없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전북시민공동행동’이 설립되고, 첫 번째 미션으로 전주가맥축제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행사 운영위 측과 협의에 나선 것. 


‘텀블러 지참 시 입장료 무료’, ‘다회용기 대여 부스 운영’은 여러 차례 협의 끝에 마련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주최 측이 홍보나 운영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면서, 환경 보호를 외치는 이들의 결실은 한없이 작아졌습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 안주와 술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지구 환경을 위한 마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엄청난 인파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쓰레기뿐이었습니다. 




 



[역시 3년 만의 축제, 친환경 ‘강행’한 인천 펜타포트락 페스티벌]


전주가맥 축제의 모습은 지난 8월 초, 역시 3년 만에 개최된 인천시의 축제인 펜타포트락 페스티벌 현장과 많이 비교됩니다.   


무려 13만 명이 즐긴 이 축제에서는 모든 음식이 다회용기에 제공되었습니다.


관객들은 음식을 먹은 후, 용기를 반납소에 반납만 하면 되는 편리한 방식.


친환경 축제를 표방한 페스티벌 운영위 측이 이런 시스템을 준비했고, 다회용기 사용이 의무화 된 축제장을 찾은 관객들은 자연스레 친환경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왼쪽 사진 : 펜타포트락페스티벌에 제공된 다회용기. 참여 음식업체들은 일체 일회용품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트래쉬버스터즈 사진 제공.)

(오른쪽 사진 : 다회용기에 제공된 음식을 즐기는 관객들. 트래쉬버스터즈 사진 제공.)


서울에서 축제를 찾은 한 관객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금세 방식이 이해되었고, 대형 페스티벌에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기존 일회용품 사용과 비교해 불편함이 전혀 없는데 안 할 이유가 없고, 음식용기 뿐 아니라 맥주 컵이나 캐리어 등도 다회용기로 확대해 가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주최 측이 강행한 이 같은 방식 덕분에 시민들은 ‘친환경 축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졌고 쓰레기장의 쓰레기는 확연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전주가맥축제에서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던 자원봉사자는 “이렇게나 일회용품이 많이 낭비될지 몰랐다”면서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낀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사진 : 축제가 끝나갈 무렵의 전주가맥축제 현장)



[기후위기 함께 인식하고 쓰레기 없는 축제 제도화 해야]


‘쓰레기 없는 축제를 위한 전북시민공동행동’은 “축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다회용기 사용이 대안이 아닌 필수인 환경이 되도록 이해관계자들의 협동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뜻을 가진 몇 명 활동가들의 열정만으로 대세를 바꿀 수 없다”며 “지자체에서 ‘축제 현장 일회용품 사용 자제’ 등을 제도화 해, 행사 주최 측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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