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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약속, 어디로?"..세아베스틸 지분 늘린 국민연금
2022-09-22 1166
조수영기자
  jaw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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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들어 군산 세아베스틸에서는 중대재해로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ESG경영이 무색한 상황인데요. 


그런데 이 세아베스틸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고 나서,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내팽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철강제조 기업인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지난 8일, 협력업체 소속 50대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7톤이 넘는 철강자재를 트럭에 싣다 끼임사고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넉달 전엔 또 다른 50대 노동자가 퇴근길에 지게차량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차가 지나는 운행로와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를 구분짓지 않아 발생한 참변이었습니다.


시행된 지 8개월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재차 발생한 건, 전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 기업의 사망 사고는 이전부터 반복된 문제였는데, 특히 올해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나면서 대표이사가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허사에 그쳤는데, 내부통제는 불가능한 걸까.


꼭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세아베스틸의 모기업인 '세아베스틸지주'의 주식 지분을 공시한 국민연금공단..


300억대에 달하는 5%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상법이 정한 보유지분인 3%를 넘어 '주주제안권'을 보장 받게 됩니다.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아베스틸의 사내 이사진들한테 큰 목소리를 낼 특권이 국민연금한테 주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연금은 중대재해와 관련된 주주제안 실적이 기업의 주가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며 비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그런데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조사 중인 세아베스틸 관련 주식을 4만 주 가까이 매입하고나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며 투자시장의 화두가 된 ESG 열풍에 투자지침까지 바꾼 국민연금인데,


오히려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진정성을 의심 받고 있습니다.


다른 글로벌 연기금의 움직임은 어떨까.


올 초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비판의 중심에 선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여러 안전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건 저 멀리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였습니다.


국민연금보다 적은 지분을 보유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인 행보로 요구안을 대부분 관철시키면서 대조를 보였습니다.


[이준상 /민주노총 전북본부 교육선전국장]

"국민연금이 어쨌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만큼 국민의 안전이나 노동자의 안전에 걸맞는 조치를 하고 있는지가 경영에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용노동부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라면 세아베스틸에 대해서는 주식 소유주의 내부 통제도, 외부 노동당국의 전방위적인 근로감독도 요원한 상황입니다.


MBC뉴스 조수영입니다.


-영상취재 권회승, 허원철(서울), 강종수(서울)

-그래픽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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