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화)책방에가다

< 한강 작가의 ‘작별(은행나무)’ >

 

‘작별’은 어느 날 갑자기 눈사람으로 변해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에요. 

주인공은 스물넷에 아들을 낳아 홀로 십 년째 아이를 키워왔고 직장에서 인턴 직원으로 만난 7세 연하의 가난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한 달 만에 인턴을 그만두고 그녀도 두 달 뒤 권고사직을 당하게 되죠. 그러던 어느 겨울 날,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깬 그녀는 눈사람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이 뭔가로 변했다? 아주 잠깐 벌레로 변해버린 사람의 이야기인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눈사람은 조금의 온기에도 쉽게 녹는 취약한 존재죠. 

눈사람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하고도 놀라지 않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 싶어요. 서서히 녹아서 사라지는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과 사물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데요. 문장이 아주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그 흐름이 굉장히 아름답고 섬세해요. 

감정과 마음의 결들이 그 짧은 문장 또 문장의 연결, 그렇게 이어진 이야기를 통해서 그려지는데... 겨울이 가까운 요즘, 읽으면 마음에 온기가 오래 간직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설집에 함께 있는, 강화길 작가의 ‘손’이나 정지돈 작가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 이런 작품들도 다 재미있거든요. 소설의 맛을 다양하게 음미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연애소설이 읽고 싶다면 이 책은 어떨까요? 좀전에 말한 강화길 작가가 ‘한 편의 연애소설만 읽어야 한다면 기준영의 책을 선택하겠다’고 추천한 바로 그 기준영 작가의 ‘우리가 통과한 밤’입니다. 극강의 연애소설인데 주인공들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