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4(화) 책방에 가다

소개해주실 책은?

'책이라는 종의 기원’이라고 부를만한 책, 키스 휴스턴의 <책의 책>입니다. 

 

책의 몸, 신체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의 몸은 어떨까, 우선 표지는 두꺼운 판지를 사용했네요. 

판지 위에 제목은 흰색으로 백박 작업을 했고, 저자와 역자는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고 여기 더해서 책머리, 여기는 책입, 책발, 책등, 몸체의 구조를 구석구석 표시했어요. 

과연 책의 몸에 관한 책이구나, 싶습니다. 자, 책이라는 물건의 역사, 하면 뭐가 떠오르죠?

 

종이를 뜻하는 영어 ‘paper’의 어원이 이 ‘파피루스’죠. 책은 제1부 파피루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파피루스의 뒤를 이은 건 양피지, 그리고 진짜 종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종이, 실크로드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간 종이까지.

얼핏 교과서 내용이랑 비슷하게 싶기도 하지만, 자료 그림들이 또 한 몫 합니다. 

한 예로 양피지 표본 사진 속에 물줄기 같은 선이 뚜렷이 보이는데, 이게 피가 빠져나간 정맥 자국이라네요. 양피지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종이잖아요. 

자료 그림들과 함께 실제 이야기가 확 다가오는 거죠. 

또 하나 특별한 19세기 책 사진이 있는데 언뜻 보기엔 가죽으로 된 고급 앨범 같은데 설명이 충격적입니다. 인간의 피부로 제본한 책이라구요. 

으스스한 이 책은 현재 런던 웰컴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네요. 

 

2부 ‘본문’에서 바로 그 인쇄술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글쓰기의 출현부터 인쇄기의 발명까지, 너무나도 유명한 구텐베르크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구요. 

3부 ‘삽화’에서는 목판, 동판, 석판, 채색과 사진 등 책 디자인과 제작에 스며든 예술과 기술을 만나봅니다. 

그리고 4부 ‘형태’에서는 제본과 판형, 장정 등 책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경이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사람으로 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현생인류까지, 그 신체 진화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셈인데요. 

쭈욱 읽다 보면 책이라는 물성을 완성해가는 사이 사이, 등장하는 책 덕후들 때문에 깜짝 놀라고 또 감탄하게 됩니다. 

제지업자, 인쇄공, 식자공, 목판화가, 수도사, 필경가, 발명가.... 이 책이라는 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 도전하고 좌절하고 성취해온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손에 한 권의 책을 쥘 수 있구나 싶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