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몇 년 사이 출판계를 휩쓴 사람과 책이 있습니다. 바로 연재노동자라 불리는 ‘이슬아’의 책 <일간 이슬아 수필집>인데요.
어느 날 이슬아는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메일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일간 이슬아’로, 하루에 한 편씩 이슬아가 쓴 글을 메일로 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읽어줄 구독자를 SNS로 모집해 한 달치 구독료 ‘만 원’을 받고 월화수목금요일 5일간 독자의 메일로 수필을 보냈습니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한 편에 오백 원인 셈인데요. 학자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을 갚기 위해 기획한 이 셀프 연재는 6개월간 절찬리에 진행됐습니다.
어떠한 플랫폼도 거치지 않고 작가가 독자에게 글을 직거래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이슬아는 구독모델을 개척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낸 27살 연재노동자 이슬아는 ‘일간이슬아’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내고, SNS로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며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저도 일간 이슬아의 열렬한 구독자인데요,
잠들기 전 그녀가 보내는 수필 한 편을 읽는 일로 하루를 즐겁게 마치곤 합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2018년 봄부터 가을까지 메일로 연재한 수필을 묶은 단행본인데요.
사전처럼 두껍지만 무게는 가볍고 글은 쑥쑥 잘 읽힙니다. 주로 그녀의 생활 속에 나오는 진솔한 글들이 페이지를 채웁니다.
백 편 가까운 원고가 수록되어 있구요, 전국 독립책방이 선정한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됐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슬아는 수필집을 낸 이후에도 꾸준히 메일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어느 날 그는 유진목이라는 시인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원고를 구독자들에게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언제라도 곁에 두고 싶은 책으로 유진목의 시집 <식물원>”을 언급했습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의 시집이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시 세계로, 발표와 동시에 문단의 주목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유진목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연애의 책>으로
“한국 최고의 연애 시”라는 황현산 평론가의 찬사를 받기도 했죠.
두 번 째 시집 <식물원은 연애와 사랑을 넘어 ‘식물원’이라는 공간을 탐색하며 낯설고 기묘한 시적체험을 선사하는 시들로 이뤄져 있는데요,
시인이 고른 흑백사진들도 담겨 있어, 시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사진과 함께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시집입니다. 그럼, 시집의 서문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른 아침 그는 식물원으로 들어갔다.해질녁 그가 식물원에서 나왔을 때는 전 생애가 지나버린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