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6(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오늘은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과 폭언에 시달려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 최희석 경비원의 소식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입주민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9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의 최희석’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죠. 

이런 가운데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2016년 퇴직 후 4년째 시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데요,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되었습니다. 

7개월간 투병생활 이후 현재는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조정진씨의 노동일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책 제목에서 궁금증이 드는데요. 임계장은 무슨 뜻인가요?

사람들은 조정진 씨를 임계장, 임계장 하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성씨를 잘못 알아서 그렇게 부르는 줄 알았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배차 계장이라는 직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따는데요. 임계장이란 바로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이르는 말이었습니다. 

 

임계장 뜻 임시계약직노인장이라뇨. 씁쓸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1장부터 4장까지 동명고속(가명), 노을아파트(가명), 대형빌딩, 터미널고속(가명)을 거치는 그의 임계장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낮은 곳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도맡고 있는 반백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검표원, 콜센터 상담원, 편의점 알바생, 미화원 등 그가 거쳐 간 일터들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 어디까지 와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첫 직장이었던 동명고속에서는 면접관이 이런 말을 합니다. “화려한 시절은 발리 잊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있소.”

 

이 책에는 저자가 겪은 다양한 일터들의 상황이 펼쳐지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 책은 총 4개의 일터의 상황이 차례로 나오는데요, 저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 일터 ‘버스회사 임계장이 되다’ 편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은 버스 회사의 배차 계장으로 시급 일터에 처음 발을 들인 저자의 좌충우돌 적응기가 펼쳐지는데, 

25년간 자리를 지켰던 전임자가 바로 해고되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일을 시작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기업에서의 버스 배차 경험과 경쟁사 베테랑 ‘사부’의 조언에 힘입어 1인 3역을 해내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탁송 작업을 하다 허리를 다쳐 사흘의 질병휴가를 신청하자 해고되고 맙니다. 

이 직장 뒤에 바로 일자리를 구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게 되죠. 

 

매일 보면서도 알지 못했던 내 주변의 이야기. 

매일 보면서도 듣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 이토록 아픈 이야기가 이토록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꿰뚫는 것 같습니다. 

노인 노동자는 450만명에 이릅니다. 임계장은 우리 부모·형제의 이름일 수도 있고 은퇴 후의 삶일 수도 있죠. 최근 조정진씨가 다수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런 말을 하시죠, “나이 들어 핏발 선 눈으로 거친 생계를 이어가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어느 수녀원에서 봤는데, 원장 수녀님으로 계셨던 분이 정년퇴직 후 경비실에 앉아 계셨어요. 안내도 하고 풀도 뽑고 하셨지만 아무도 그분을 멸시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온화한 눈빛으로 사람들 살펴주고 존중받는 노동, 그게 제가 꿈꾸는 경비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