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우리 아빠

저는 오늘 그리운 저희 아빠 얘기를 하려 합니다.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신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갑니다. 아빠는 86년을 사시면서 그야말로 가정에서는 자식들을 존중해주시는 정말 인자롭고 사랑이 넘치는 아빠. 그리고 밖에서는 성실하시고 따뜻하고 인자하신 인격의 소유자로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도움의 손길을 주셨던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았던 그리고 퇴직 후 25여년을 사시면서 가시는 곳마다 인격적으로 인정을 받아 갖가지 단체의 장으로 추대되어 원래의 성품대로 매사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셨던 삶. 베푸는 삶을 실천하시던 저의 아빠는 7년 전 파킨슨 진단을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관리가 잘되어 어느 정도 삶을 잘 이어오셨는데 금년 3월경부터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우울증과 함께 몸의 균형이 흔들리고 고통을 호소하시고 심하지는 않지만 치매증상도 약간씩 나타나면서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특히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함께하시던 엄마가 저녁에 잠도 못 주무시고 아빠 때문에 밖에서의 어떤 활동도 힘든 상황이 되고 그뿐만 아니라 급기야 쓰러지실 정도로 건강유지에 문제가 생겨 자식들 입장에서는 엄마라도 지켜드려야 된다는 생각에 급기야 아빠께 주간보호센터를 권해 드렸지만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시고 결국에 요양병원에 모셨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일주일에 면회 단 한 번으로 3개월 정도를 버티셨으나 갈수록 눈에 띄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아빠를 지켜봐야만 했고 결국 4개월 전 식사가 힘들다는 연락을 받고 다른 일반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도했으나 처음에는 영양제와 링거로 버티셨는데 그곳에서 채 두 달도 못 되어 결국은 명을 달리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중에도 아빠는 한결같이 자식들 걱정뿐이었어요. 자식들이 가면 항상 나는 걱정 말고 너희들 몸관리 잘하고 건강해라.’ 하고 말씀하셨지요.

아빠가 그렇게 떠나가셨는데도 이 세상은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는 것이 이상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그간 아빠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드렸는지 생각해 보니 너무 무심했던 제가 한없이 안타깝습니다. 아픔을 호소하셨을 때는 이제 노쇠해져 가시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 아빠가 야속하다고 생각했고 상황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요즘 그간 아빠가 진정으로 원하시던 것이 무엇인지 다정하게 다가가서 더 살펴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 견디기 힘듭니다. 자식들이 아빠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려드리지 못했을 때 아빠 마음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옵니다. 그리고 낯선 요양병원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몸으로 느껴지는 고통 등....

부모를 여의는 아픔을 처음 겪어보니 사람들이 얘기하는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아빠에 대한 마음이 아무리 간절해도 어떤 식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리고 부모님 연세가 어느 정도 되고 우리 나이도 이제 50을 훌쩍 넘겼으니 슬픔이 덜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빠를 생각할 때 상실감과 안타까움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아빠와의 추억이 있는 모든 것에 순간순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길 없습니다. 이제는 남아계신 엄마에게서까지 먼 훗날 이런 아픔과 회한이 남아서는 안 될 것 같아 엄마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보려 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빠. 평화로이 잘 계시지요. 엄마 걱정은 마시고 이제는 육체적 고통이 없는 그곳에서 평안히 쉬세요. 아빠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아빠와 함께 한 저희들의 삶은 정말 행복했고 아빠와의 행복한 추억, 사랑받은 추억이 너무 많아 저희는 한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살아계실 때 한 번도 전해드리지 못한 말 아빠 사랑합니다.’

( 010-9261-0592 최성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