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찾아라

동생과 나는 캠핑에 푹 빠져있다.
중년의 우리는 작은 애마 모닝에 마구 우겨넣기로 짐을 싼다.
남편들은 "집 놔두고 한데잠을 자느냐" 면서 핀잔을 준다.
우리는 "안 해본 사람은 말을 마시라" 대꾸하면서
집을 나선다.
그러던 시월의 어느 날,
대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그 날도 우리는 완주군 어느 캠핑장에 있었다.
텐트치고, 산책하고, 장작불에 고기도 구워먹고,
개운하게 샤워도 마쳤다.
불멍때리려고 모닥불가에 앉고 나서야
차에 고이 모셔둔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어머나! 아들, 딸, 남편과 모르는 부재중 전화가
부지기수로 찍혀있었다.
마침 또 걸려오는 모르는 번호,
받아야만 했다.
여보세요 했는데 저쪽에서
119입니다.
그때 벌써 놀랬다.
우리집에 불이...
내가 가스를 안잠궜나?
뭘 올려놓고 그냥나왔지?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내 귀에 들린 말,
아드님께서 어머니가 5일동안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신고를 했습니다.
자식 들은 멀리살고 아버님은 시골에 계신다고
하시더군요. 아드님 동의하에
어머님 전화를 위치추적 했는데, 산골에서 신호가 잡혔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댁에 출동해서 열쇠를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열쇠는 바꾸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수 없이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서 아들과 통화하니
전화 안받았다고 타박이고
딸에게 전화하니 울고불고 난라가 났다
딸은 백신 맞은 몸으로 집에 내려오는 열차표를 알아보고 있었다니,
나는 놀기바픈 한심한 엄마가 되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열쇠를 바꾸는 중에 옆집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화들짝 나를 반겨하면서
"어디갔다 왔느냐
어젯밤에 대형 소방차가 아파트 단지내에서 삐오삐오 서 있고, 복도에는 119사람들이 이십명쯤 쭉 서있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사람이 없다하고, 큰 일 난줄알고 무서워서 한 숨도 못잤다"하시지 않는가.
나는 동네 챙피해서 여기서 살겠는가 하는 생각도 잠시
내가 대형사고를 쳤다는 것을 실감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동생을 불러다가 김밥을 쌓다.
덕진소방서를 찾아가 기웃기읏하니 한 대원이 나와본다.
그와 동시에 몇명의 대원들이 동생과 나를 에워쌓다
양손에 정체모를 보따리를 들고 있는 우리가 수상해 보였을까?
가뜩이나 염치없는 마음이라 주눅이 드는데,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순간 일사분란한 저들이 얼마나 듬직한지 모른다.
나는
여차저차하여 출동시킨 장본인입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직접싼 김밥이니 제발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몇마디 후딱하고, 후딱 김밥 쥐여주고는 도망치듯
돌아나왔다.
그렇게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나니 마음이 풀렸다
가까이에서본 119대원 여러분
김밥이 많이 부족했지요?
새삼 여러분이 우리 가까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010 9149 5852 표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