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떠나시고 그후

세월은 그렇게 흘러 작년 이맘때 mbc에 아빠와의 영원한 이별의 사연을 보냈던 것 같은데 벌써 또 일 년이 지났네요. 사람이 아무리 현실 적응력이 뛰어나다 해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항상 함께했던 아빠와의 시간들을 아빠가 안 계신데도 어떻게 이렇게 잘 견뎌 냈을까요? 사실 그간 아빠를 그리워하며 눈물로 보낸 시간들도 많았고 또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하루하루의 일상에 들어가 덤덤하게 지나친 시간도 많았던 것 같아요.

 

아빠가 떠나신 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낸 엄마는 순간순간 울컥하면서 기쁜 일에도 진정 기뻐하지 못하고, 끝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아픈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하나요? 이제 어느 정도는 현실을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노인정에 매일매일 출근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곳의 어르신들과 얘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해 드시면서 나름대로 아빠 부재의 시간들을 애써 잘 이겨내고 계십니다. 또한 자식된 저희들도 예전보다 자주 엄마를 찾아 뵙고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요. 또 금방 잊혀져 제 삶에 바쁘다 보니 많이 뜸해지기도 한답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저는 처음 몇 달간은 남편과 함께 저녁에 엄마집까지 걸어가서 2시간 정도 함께 식사도 함께 하고 일상의 얘기를 나누며 게임도 하고 컴퓨터도 가르쳐 드리고 엄마가 즐겨보시는 드라마도 감상하며 보내기도 하고, 멀리 남원에 살고있는 언니는 2주에 한 번씩 꼭 주말에 시간을 내어 엄마와 함께 12일을 함께 하기도 하고, 남동생은 아침에 매일 집에 들러 엄마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엄마에게 많은 위로를 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어 낼 수 있게 했답니다.

 

이제 엄마는 83세의 고령에 처음 배운 컴퓨터 사용도 어느 정도 능숙해져서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유튜브를 검색해 들으며 요즈음에는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팬심을 키우고 계십니다. 또한 웬만한 보드게임은 젊은 사람 못지 않으며 매일 동네 한 바퀴 도는 운동, 컬러링도 하시고, 신앙이 같은 사람들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만나 함께 기도도 하고 점심도 함께 하며 나름 엄마 자신만의 삶을 잘 살아가고 계십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 우리 모두 아빠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지는 몰라도 지금도 여전히 아빠를 떠 올릴 때면 항상 크나큰 감사와 아쉬움, 회한으로 가득하답니다.

 

아빠가 떠나신 후 두 번째 맞이하는 추석, 모든 가족이 다시 한번 아빠의 천국에서의 평화로운 안식을 기원하며 아빠를 기억하겠습니다.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은 우리아빠, 천국에서 평안히 계시죠? 저희는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며 남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라는 아빠의 뜻을 받들어 잘 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며 사랑합니다.”

 

최성순 010-9261-0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