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혼불문학상 당선작 공고
당선작: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 저자 김아나
김아나 작가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작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은 아동 성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여러 인물의 시선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이어지며, 피해를 둘러싼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진지하게 들여다봅니다. 작가는 감추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아프고 불편한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려는 태도로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 작품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문학적 진정성과 용기를 함께 보여준 작품입니다.
심사 경과 안내
2025년 제15회 혼불문학상에는 국내외에서 총 322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습니다.
공모작들은 아래의 일정에 따라 단계별로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예심은 2025년 5월 7일(수)부터 6월 9일(월)까지 총 34일간 진행되었으며, 심사위원단은 이 기간 동안 응모작을 정독하고 검토한 끝에 총 8편의 작품을 본심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본심은 6월 10일(화)부터 6월 24일(화)까지 15일간 이어졌으며,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논의와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본심 진출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코미디의 영광』
『강화』
『오발청년』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가는 노인』
『도움닫기』
『모두의 아이』
『홈리스』
최종 심사는 2025년 6월 24일(화), 전주 글로스터호텔 웨일스홀에서 개최되었으며,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이 제15회 혼불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15회 혼불문학상에는 예년보다 늘어난 총 322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수가 말해주는 단순한 셈법을 넘어 개별 응모작들이 도달한 문학적 성취를 통해 날로 더해가는 상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심과 본심의 전 과정을 함께하며 7인의 심사위원은 면밀하게 응모작을 살피는 한편 한국문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톺아보는 일에까지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었다. 고민 끝에 「강화」「모두의 아이」「코미디의 영광」「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꼽았다.
「강화」는 뛰어난 가독성을 지닌 작품이다.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발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소설의 공간을 넓히는 한편 상실이라는 거대한 감정 아래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그려내었다. 다만 작품 속 인물의 세목이 다소 전형적으로 그려진 탓에 커다란 도약 없이 처음 제시된 서사 안에서 결말이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모두의 아이」는 작가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되는 작품이다. 반복과 중첩을 통해 수월하게 결론에 다다른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생략하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 서사의 긴장감을 더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전달되는 윤리성이 지나치게 선명하다. 현실의 윤리와 소설의 윤리가 같다면 왜 같을 수밖에 없는지 반대로 다르다면 얼마나 달라야 하는지 조금 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코미디의 영광」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활용해 빠른 전개를 펼친 작품이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움켜쥐고 장악하는 구성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작품 속 등장하는 코미디언 세계의 부조리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에 인물의 입체성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듯하다. 세태는 잘 짚어내지만 그 세태를 낳은 시대상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도 약점으로 생각되었다.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은 화자가 릴레이식으로 바뀌며 이어지는 작품이다. 이 탓에 이야기의 파편화를 막을 수 없고 장과 장 사이 모호한 구분으로 독법의 어려움도 야기한다. 무엇보다 응축된 에너지를 잃고 매번 백지에서 새로 쌓아올려야 하는 불리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법이 아니라면 아동성폭력이라는 크고 무거운 주제를 선연하게 짚어낼 수 없을 거라 생각되었다. 타협하지 않는 서술을 통해 3인칭에서 3.5인칭 그리고 종내에는 4인칭까지 나아가는 방식도 독보적이었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쓰는 절박함. 이러한 순도 높은 절박과 진실 앞에서는 미숙도 과잉도 미학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으로 작가는 분명 더 많은 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우리 곁에 생생히 전달해줄 것이다.
「우리는 4인칭의 아이들」을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한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사실이 있다. 이번 결과는 7:0 만장일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를 밝히는 까닭은 현실사회적 정의와 달리 문학적 정의는 한층 더 다양해야 한다는 믿음 덕분이다. 다만 다양하다는 말은 자유롭다가 아니라 엄격하다는 뜻에 가까울 것이다.
심사위원
은희경 · 전성태 · 이기호 · 편혜영 · 백가흠 · 최진영 · 박준
제15회 혼불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혼불문학상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한국문학의 내일을 함께 열어갈 작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25년 7월 2일
사단법인 혼불문학
이사장 정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