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0(금) 김성환의 안전운전 교통상식

 

-오늘 주제는요?

- 네. 오늘은 중고차 이야기 입니다. 중고차 시장의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닌데요. 요즘은 단순히 정보가 없어서 믿을만한 차를 못산다의 개념은 아닙니다. 성능 기록부, 보험 이력, 진단 리포트, 정비 내역까지 오히려 정보는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정보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해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류는 그럴듯하지만 표기 기준은 업계의 편의대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단순수리'와 '무사고' 표기입니다. 이에 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신중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 네. 먼저, 업계 관행 상 프레임 손상이나 절단이 없다면 수리비가 1,000만원을 넘어도 '단순수리'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외판을 여러 차례 갈았어도 골격이 멀쩡하면 수 차례 보험 처리를 했더라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무사고차'로 판매될 수 있습니다. 바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기 때문인데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별지 제 82호 서식은 "사고이력 인정은 사고로 자동차 주요 골격 부위의 판금, 용접수리 및 교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 는 조항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경미한 수리'나 '사고 없음'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듣기만 했는데도 어렵고 혼란스럽네요.

–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제가 한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 매물을 살펴본 예시를 갖고 왔는데요. 2,070만원에 등록된 독일 M사의 E 차종은 '단순수리'로 표기되어있지만 보험 이력 상 내 차 피해만 4건, 비용은 889만원에 이릅니다. 법적 기준으로는 단순 수리지만 2,000만원짜리 차에 900만원에 가까운 수리비가 잡혀 있다는 걸 보고 '경미한 수리'라고 이해할 소비자는 적을 것 같습니다.

 

-예시를 들어보니 자칫 혼동하기 쉬울 것 같네요.

– 맞습니다. 법적 정의상 단순 수리는 프레임 손상이 없고, 판금·교환이 외판에 국한된 경우지만 차값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수리비로 썼고 보험 처리 건수가 여러 건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하다' 라는 말이 오히려 불신을 부르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는 무사고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고가 아예 안난게 아닌데 무사고라고 표현하면 믿음은 더 깨지게 될 것입니다.

 

-이 같은 혼란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이라구요?

– 이런 혼란스러운 정보를 온전히 해석할 능력이 없는 일반 소비자는 ‘무사고’라는 말만 믿고 차를 샀는데. 막상 차를 받고 난 뒤에야 수백만 원짜리 보험 수리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미 늦어 되팔려고 하면 더 낮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결국 시장의 불투명성과 표기 기준의 괴리가 소비자의 피해로 직결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러한 용어에 대한 혼동, 혼란을 정부차원에서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 정부도 이와 관련한 부분을 살피고 있기는 합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서면 질의에 소비자 혼선을 겪을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단계적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라고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는데요. 중고차 거래에서 가장 큰 가치는 신뢰입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자정작용을 거쳐 정직하게 알리고 차를 사고파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