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최근 연일 보도가 되고 있는 캄보디아 관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된 비극이었죠.
현지 검찰은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국내에서는 피해자를 유인한 같은 대학 선배가 ‘모집책’으로 구속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에서 “해외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라, 이미 산업처럼 퍼져 있는 구조군요.
송경한: 맞습니다. 제주·광주·전북·경북 등 전국에서 유사한 피해가 이어졌습니다.
어떤 피해자는 가족이 3,500만 원을 송금한 뒤에야 풀려났고, 또 어떤 사람은 “2,000만 원만 보내달라”는 연락을 끝으로 실종됐습니다.
손가락이 부러진 사진을 보낸 뒤 귀국하지 못한 피해자도 있었죠. 모두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미끼로 시작됐습니다.
최근 울산에서 선고된 사건이 전형적입니다. 30대 남성이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20대 청년을 감금하고 브로커에게 넘기려다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는 SNS 구인글을 보고 연락했다가, 만나자마자 휴대폰과 신분증을 빼앗기고 폭행당했습니다.
유인책은 피해자가 캄보디아에서 일하면 월급을 대신 받기로 했습니다. 법원은 이 행위를 단순한 폭행이 아니라 국외이송유인, 즉 사람을 속여 해외로 팔아넘긴 범죄로 봤습니다.
법적으로는 어떤 죄가 적용되나요?
송경한: 사람을 속여 해외로 데려가면 형법 제288조 약취·유인죄에 해당합니다. 폭력이 없어도 허위 취업 제안으로 사람을 기존 생활환경에서 이탈시켰다면 그 순간 범죄가 성립하죠.
또 피해자를 범죄조직에 넘겼다면 단순한 연결자가 아니라 ‘수수행위의 정범’, 즉 사람을 거래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여기에 통장이나 OTP를 넘겨받았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 세탁까지 하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도 처벌됩니다.
실제로 피해자를 유인한 대학 선배도 이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엔 기술까지 결합된 범죄도 늘고 있다면서요?
울산경찰청이 적발한 조직은 딥페이크 기술로 ‘가짜 연애’를 만들어 돈을 빼앗는 로맨스 스캠을 벌였습니다.
부유한 여성의 얼굴을 합성해 영상통화로 접근하고, 가짜 투자 상담으로 돈을 유도한 겁니다.
경찰은 최모 씨 등 38명을 입건하고 24명을 검거했으며, 그중 캄보디아 현지에서 19명, 국내에서 5명이 구속됐습니다.
이미 올해 초 적발된 45명을 더하면 총 83명이 입건된 셈입니다.
이들은 세 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자금세탁·딥페이크 사기·로맨스 스캠에 각각 가담했고, 피해자는 100여 명, 피해액만 12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 안에서 일한 사람들이 협박에 못 이겨 가담했다면 그래도 처벌받게 되나요?
이론적으로는 처벌을 면할 수도 있습니다.
형법엔 ‘강요된 행위’ 조항이 있어서,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막을 방법이 없는 협박이라면 책임이 조각될 수 있죠.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인정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단순한 위협이나 금전 압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피고인이 신고하거나 도망칠 여지가 있었는지를 세밀하게 따집니다.
즉, “정말로 저항이 불가능했는가”가 기준입니다.
실제 사례에서도 법원은 “과거 피해 경험은 형을 감경할 사정일 뿐, 면책 사유는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도 있고요.
결국 협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 범죄에 참여했다면 실제로는 사기죄의 공범이나 최소한 방조범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론 취업사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유인·감금·사기·자금세탁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법보다 먼저 필요한 건 경각심입니다. “통장, OTP, 고수익” — 이 세 단어가 동시에 등장한다면, 그건 일자리가 아니라 덫이라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