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17일, 7년 넘게 이어진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은 삼성·동양·미래에셋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가 피고로, 가입자 16만 명, 미지급 금액만 약 1조 원이 걸린 대형 분쟁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소송까지 가게 된 거죠?
시작은 2017년입니다. 일부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이 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떼어가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보험사들에게 ‘추가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1심은 소비자 승소, 2심은 보험사 승소로 엇갈리며 7년 동안 법정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최종 결론이 된 겁니다.
결론은 결국 보험사 승소였죠?
네, 대법원 제2부는 지난 16일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확정했습니다.
다만 “보험사가 즉시연금의 적립액 공제 구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설명의무 미이행을 인정했는데요
하지만 그 사유만으로 계약 전체를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설명은 부족했지만 계약은 유효하다’라는 결론입니다.
김차동: 그럼 소비자들이 덜 받은 연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건가요?
송경한: 네, 법적으로는 막혔습니다. 즉시연금은 보험료를 일시납으로 내고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구조입니다.
생보사들은 만기 시 원금 반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했는데, 약관에는 그 구체적 공제 방식이 빠져 있었죠.
소비자들은 “공제 설명이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약관의 나머지 조항과 가입설계서를 함께 보면 연금액 산출은 가능하고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계약을 무효로 하면 이미 받은 연금까지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가입자에게 불리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보험금 소송을 넘어 ‘설명의무와 계약 안정성의 경계’를 다룬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복잡한 계산식을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공제 구조의 개략적 내용은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며 보험사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명확히 짚었습니다.
즉, 법적으로는 보험사가 이겼지만, 도덕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은 겁니다.
소송은 끝났지만,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금감원은 판결 다음 날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즉시연금 판매 과정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이나 보험업법상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로 보험금 지급 의무는 면했지만,
이제는 금감원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는 새로운 숙제가 남은 셈입니다.
보험업계는 어떤 분위기인가요?
송경한: 안도 반, 긴장 반입니다. 삼성·동양·미래에셋생명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한화·교보생명 등 남은 소송도 같은 법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약관을 너무 간단히 쓰면 불완전판매 논란이 생기고, 너무 자세히 쓰면 소비자가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쉬운 약관 제도’와 현실적 설명 의무 사이의 절충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법적으로는 계약 안정성을 지켰지만, 소비자 보호의 미흡함도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복잡한 금융상품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남긴 셈이죠.
신뢰를 회복하려면 법의 논리뿐 아니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변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