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금) 김성환기자의 안전운전 교통상식

이번 시간은 한국 자동차 시장과 ‘왜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왜건이라는 단어는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기도 하거든요. 

다소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사실입니다. 

국내 선호도가 낮은 세그먼트이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꽤 오래전부터 국산 왜건이 명맥을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왜건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요?

시작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포니 왜건을 국내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차를 알리게 됐고 이후 1990년대 후반에는 현대차 아반떼 투어링을 비롯해 

대우자동차 누비라 스패건 등이 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2011년에는 현대차가 i40 왜건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판매에 있어서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국산 왜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는 평을 남기며 주목을 끄는 데에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포기하지 않았구요. 이번에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바탕으로 G70 슈팅브레이크를 통해 다시 시장에 도전합니다. 

2022년 7월 출시됐고 세단의 날렵한 비율에 실용성을 더한 차체, 스포티하면서도 품격 있는 라인을 바탕으로 투어링이 아닌 슈팅브레이크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이차 지금도 팔고 잇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SUV의 벽은 높았습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G70 슈팅브레이크의 신규등록대수는 2022년 779대, 2023년 408대, 2024년 들어서는 179대 수준에 그쳤다. 올해도 9월까지 누적판매는 65대입니다.

 

-왜건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가 뭘까요?

– 먼저, 소비자 인식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가족용 프리미엄카 보다는 짐 공간 활용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생각이 강하구요. 

이와 함께 SUV나 세단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쌀 수 있는데 외형적으로 특별히 커 보이지도 않고 실내공간 이점도 SUV보다 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왜건만큼 유용하고 좋은 차도 없습니다. 왜건은 기본적으로 세단 플랫폼을 그대로 유지한 채 뒷부분(트렁크)을 늘린 구조입니다. 

따라서 SUV보다 무게중심이 낮고, 주행 안정성이 높습니다. 코너링이나 고속 주행 시 차체 롤(기울어짐)이 적고 차선 변경 시 반응도 훨씬 날렵합니다. 

동시에 트렁크 공간은 세단보다 훨씬 크고 SUV에 버금가는 적재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왜건은 잘 팔리지 않아도 의미 있는 차입니다. 브랜드가 왜건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시장 다양성을 위한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판매 실적보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것을 우선시한 결정이라는 것인데요. SUV로 가득한 국내 시장에서 이런 시도는 분명 칭찬받을 만한 일입니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취향과 문화의 표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