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지난해 여름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다 60대 부부를 들이받아 아내를 숨지게 한 사고를 낸 여고생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살펴보면요 고양지원은 이번주 화요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과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양에게 장기 8개월, 단기 6개월의 금고형과 벌금 20만 원을 선고했는데요.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했고, 피해자 측과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전거를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네. A양 측은 “자전거를 피하려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한속도를 초과했고, 면허도 없었으며, 두 명이 동시에 탑승했다는 점에서 사고의 원인을 스스로 만든 중대한 과실로 봤습니다. 

더불어서 전동킥보드는 법적으로 ‘차’로 분류돼 무면허 운전죄가 성립합니다.

 

재판부도 A양이 미성년자이고 초범이라는 점은 참작했지만, 피해자 사망에도 불구하고 유족과의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실형 선고의 핵심 이유였습니다. 

미성년자 사건은 보호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사망사고에 피해회복이 없는 경우엔 실형이 불가피합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교통법규 위반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죠.

맞습니다.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는 중학생 두 명이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몰다 인도 위에서 30대 여성을 들이받았습니다. 

아이를 감싸던 여성은 머리를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지만, 최근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불과 며칠 뒤인 10월 2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또 다른 중학생이 전동킥보드를 몰다 산책 중이던 강아지를 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크게 다쳐 병원 치료 중이고, 

경찰은 무면허 운전과 재물손괴 혐의를 함께 검토 중입니다.

 

제도에 문제는 없는가요?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되어 이미 처벌 규정이 있고요. 위반시 처벌의 정도가 자전거보다 훨씬 엄격합니다.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리·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유킥보드 업체들이 면허 인증을 형식적으로 처리하면서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대여업체들이 무면허 운전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며 형법상 무면허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일부 업체는 직영점에서는 면허 인증을 강제하지만, 지역 점주가 운영하는 구역에서는 인증 절차를 생략해도 제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본사와 점주 간 책임 공백이 생기면서 청소년들이 아무 제약 없이 킥보드를 탈 수 있는 겁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한 공유킥보드 선두업체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미성년자 무면허 운행 실태와 가맹사업법 회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이 대표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증인 채택은 9월 말에 이뤄졌고, 항공권은 그 직후 예매돼 국감 회피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 중입니다.

 

정부는 2021년부터 원동기 이상 면허 소지자만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정작 대여업체에 면허 인증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일부 업체가 미성년자 이용자를 사실상 방치한 채 사업을 확장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셈입니다.

 

이번 판결은 미성년자라 해도 무면허·2인 탑승·과속 운전은 명백한 교통범죄로 본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법과 관리, 그리고 사업자의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또 반복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