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최근 여러 언론에서 크게 화제가 된 ‘순댓국 소주 음주운전 무죄’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부 기사에서는 “소주를 순댓국에 부어 알코올이 날아갔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무죄가 됐다”는 식으로 소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는데요.
실제 판결문을 보면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핵심은 전혀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률 관계에 대해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사건은 2024년 1월 밤에 발생했습니다. 피고인 A씨는 순댓국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시켜 혼자 식사를 하고, 식사를 마친 지 불과 5분 만에 차량을 운전했습니다.
당시 즉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수사기관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0.046%라고 역산했습니다.
이 계산치를 근거로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었고, 피고인은 재판에서 “소주의 많은 부분을 잡내를 지우기 위해 순댓국에 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이 언론에서 과도하게 부각된 요소입니다.
그런데 실제 판결문에서는 그런 요소가 핵심이 아니었다고요?
송경한: 맞습니다. 법원은 ‘순댓국에 넣었다’는 사실 자체를 근거로 판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법원이 중점적으로 본 것은 정확한 음주량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위드마크 공식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계산의 기초가 불명확하니 0.046%라는 숫자도 신뢰할 수 없다고 본 것이죠.
위드마크 공식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송경한: 위드마크 공식이 성립하려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이미 최고조를 지나 하강 단계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A씨는 마지막 음주 후 5분 만에 운전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단계에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흡수 속도와 체내 분포가 개인마다 크게 달라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런 상황에서는 역산 결과에 증명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에서도 순댓국의 온도, 알코올의 기화 여부는 단지 “정확한 섭취량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으로만 언급됐습니다.
즉, ‘알코올이 사라졌다’가 아니라, 얼마나 섭취했는지 알 수 없고,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도 역산할 수 없기 때문에,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증명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뜨거운 국물에 알코올을 넣어도 일정량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학적 논쟁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 아닙니다.
법원이 판단한 이유는 과학적 사실을 단정한 것이 아니라, 형사재판에서 필요한 ‘엄격한 증명’ 기준에 수사기관이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음주량·체중·음주 종료 시각·흡수 정도 등 기초 사실이 특정되지 않으면 위드마크 공식은 적용할 수 없고,
역산치 또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적인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이 사건은 단순히 “순댓국 소주 때문에 무죄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음주운전 사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 방식이 얼마나 까다롭게 다뤄지는지 보여준 판례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계산 결과가 기준치를 넘는다 하더라도, 그 계산이 성립할 기초가 흔들리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