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나이 들고 싶은 동네>라는 책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독립을 택한 세대다. 비혼이고, 부모와도 따로 살고, 돈도 넉넉지 않은 사람이 늙으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아플 수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이건 우리의 ‘노후 준비’였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고갈 기사와 ‘은퇴 후 10억’ 같은 재테크 담론이 넘치는 현실에서, 이 책은 돈·혈연·핵가족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관계 기반 돌봄’의 실제를 보여준다.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 ‘살림’이 서울 은평구에서 2012년 시작해 5,000명 넘는 조합원과 함께 만든 돌봄 생태계가 그 배경이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의원·한의원·치과를 만들고, 같은 동네에서 같이 운동하고, 유언장을 작성하며 ‘내가 원하는 돌봄’을 미리 정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돌봄을 가족의 의무에서 공동체의 선택으로 옮겨놓으려는 시도다. 진료실을 넘어 집으로, 그리고 동네로살림의 의료는 병원 문턱을 넘는다. 환자가 거동이 어렵다면 의사가 집으로 찾아간다. 

그 집의 난방 상태, 식사, 글 읽기 능력까지 살핀다. 한글을 몰라 식단을 지키지 못하는 이에게는 한글 교실을 연결한다. “좋은 사람 그 자체를 약으로 쓰는 곳”이라는 문장이 상징적이다.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나답게 살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죽고 싶다”

이 문장은 ‘살림’ 공동체의 슬로건이자 철학이다.

책은 죽음과 돌봄에서의 자기결정권, 돌봄의 다양성을 핵심으로 꼽는다. 병원과 집 사이의 ‘케어B&B’ 시범 운영은 그 상징이다. 입원까지는 아니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환자가 한 달~반년 머물며 회복하는 중간 정거장이다. “없는 제도는 스스로 만든다”는 구절이 이 시도를 설명한다. 이 책이 그리는 돌봄은 직업적 간병을 넘어선다. 한 사람에게 돌봄이 집중되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림은 “누구라도, 뭐라도, 하나라도 할 수 있는 구조”를 짠다. 결국 삶의 질은 ‘누구 곁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그 질문을 이렇게 되묻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주치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