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8(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 주제는요?

오늘은 3월 25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전격 송환된 박왕열을 주제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이름보다도 텔레그램 활동명 ‘전세계’, 

또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으로 더 익숙한 인물인데요. 이번에 박왕열이 송환된 것이 단순한 강제송환이 아니라 ‘임시인도’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도 주목을 받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박왕열이 왜 이렇게까지 유명해졌는지도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죠. 박왕열은 원래 수산물 유통업을 하던 사람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런데 이후 필리핀으로 건너가 범죄와 연결됐고, 2016년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전국적인 악명을 얻게 됩니다. 

필리핀에서 징역 최대 60년 형을 선고 받았는데요. 필리핀 교도소 안에서 소위 에어컨 딸린 방에서 마음대로 핸드폰, 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의 황제징역을 살면서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해외 도피 살인범이 아니라, 감옥 안에서도 손을 뻗친 국제 마약조직의 상징적 인물처럼 비쳐진 겁니다. 그래서 ‘마약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이고, 이번 송환 자체가 큰 뉴스가 된 겁니다.

 

그런데 임시인도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그냥 한국으로 데려온 것과는 다른 거죠?

네, 다릅니다. 임시인도는 신병이 완전히 한국에 넘어온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수사와 재판을 위해 일정 기간만 잠시 넘겨받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필리핀이 자국에서 재판하거나 형을 집행하던 사람을 한국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보내주는 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박왕열이 이번에 한국 땅을 밟았다고 해서 곧바로 “이제 한국이 완전히 신병을 확보했다” 이렇게 보기는 어렵고요 법적으로는 한국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넘겨받은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면 박왕열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 맞는 거네요?

맞습니다. 임시인도는 어디까지나 ‘임시’입니다.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마치면 원칙적으로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조치는 “영원히 한국으로 데려왔다”가 아니라, “한국 사건을 처리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물론 앞으로 수사 상황이나 양국 협의에 따라 기간 연장이나 추가 협의가 논의될 수는 있겠지만, 기본 구조는 다시 복귀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한국에 왔으면 여기서 박왕열 범죄를 다 재판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건 또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범죄인인도법상 ‘특정성의 원칙’입니다. 범죄인인도법 제10조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외의 범죄로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국이 “이 범죄 때문에 데려가라”고 허용한 범위 안에서만 한국이 수사와 재판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번 임시인도의 직접 목적이 마약 유통 관련 혐의라면, 국민들이 가장 충격적으로 기억하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까지 곧바로 한국 법정에서 함께 다루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부분까지 한국에서 재판하려면 추가 동의 문제가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이미 중형을 받았는데, 한국에서 또 처벌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우리 형법은 외국에서 형이 선고됐다고 해서 한국의 재판권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구조는 아닙니다. 

다만 외국에서 실제로 집행된 형은 아예 무시하지 않고, 형법 제7조에 따라 우리 법원이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도록 돼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도 다시 처벌할 수는 있지만, 필리핀에서 이미 복역한 기간은 형량 계산에서 반영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박왕열 사건의 핵심은 “처벌이 되느냐 안 되느냐”보다, “어떤 혐의 범위로 신병이 넘어왔고, 한국이 어디까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