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5(수) 송미령의 경제수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죠. 그런데 희한하게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나 유명 브랜드 립스틱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불황일 때 비싼 건 못 사도 '작은 사치'로 나를 위로하려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 립스틱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큰 건 못 사도, 작은 걸로 기분이라도 내보자!" 하는 심리예요. 1930년대 미국이 정말 살기 힘들었던 대공황 시절에 처음 나온 말인데요. 

돈이 없으니 집이나 차 같은 큰 물건은 꿈도 못 꾸잖아요. 그럴 때 "그래, 립스틱이라도 하나 새로 발라서 분위기 좀 바꿔보자" 하는 거죠. 

적은 돈으로 최대의 만족감을 얻는 아이템, 그게 바로 립스틱이었거든요.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전 세계 경제가 휘청했는데, 희한하게 유명 브랜드 립스틱 매출은 껑충 뛰었다고합니다.

 

Q. 근데 요즘은 립스틱 말고 다른 게 더 인기라면서요?

 요즘은 이른바 '디저트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비싼 호텔 숙박은 못 해도, 한 조각에 만 원 넘는 프리미엄 조각 케이크나 스페셜티 커피 한 잔에는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밥값보다 비싼 디저트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게 없거든요. 남자분들은 비싼 수트 대신 화려한 넥타이나 양말로 멋을 내기도 하는데, 이걸 '넥타이 효과'라고도 합니다.

 

Q..왜 자꾸 이런 '작은 사치'에 손이 갈까요?

 그게 참 마음 아픈 부분인데요, 바로 '자기 보상 심리'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안하고 큰 꿈이 멀게 느껴질수록, "오늘 하루 고생한 나한테 이 정도 선물은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커지는 거예요. 거창한 행복 대신 내 손에 쥘 수 있는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선택하는 거죠. 참 공감이 가면서도 짠한 부분입니다.

 

Q. 이런 소비가 늘어나는 게 경제적으로는 좋은 건지, 아니면 걱정해야 하는 건가요 ?

 사실 좀 씁쓸한 신호죠. 립스틱이나 디저트가 잘 팔린다는 건, 그만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팍팍하다는 뜻이거든요. 특정 산업에는 잠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사실은 전체적인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착시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사치 속에 숨겨진 우리 이웃들의 고단한 한숨을 우리가 좀 읽어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