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혼불문학상 당선작 공고
당선작: 『에케 호모』 저자 오수완
오수완 작가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당선작 『에케 호모』는 어느 날 초인이 나타나 인류의 99%가 사라진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류는 한편으로는 초인을 신성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를 늘리며 다시 번영을 꿈꾸고, 다른 한편으로는 초인에 대한 복수를 도모하죠. 그 세계를 중년 남자가 소녀를 데리고 여행을 합니다. 시들어 버린 문명의 흔적 아래로 폭력과 생존의 긴장이 팽팽히 흐르는 동안, 이야기는 조용히 진행됩니다.
심사 경과 안내
2026년 제16회 혼불문학상에는 국내외에서 총 341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습니다.
공모작들은 아래의 일정에 따라 단계별로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예심은 2026년 5월 13일(수)부터 6월 5일(금)까지 진행되었으며, 심사위원단은 이 기간 동안 응모작을 정독하고 검토한 끝에 총 6편의 작품을 본심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본심은 6월 10일(수)부터 6월 23일(화)까지 진행되었으며, 예심을 통과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논의와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본심 진출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월령의 서』
『몰라의 우주』
『유실물 보관소』
『희극 : [탄생] 』
『붉은 기록의 사관』
『에케 호모』
최종 심사는 2026년 6월 24일(수), 전주MBC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으며,
『에케 호모』가 제16회 혼불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은 아래와 같습니다.
올해 혼불문학상의 응모작은 총 341편이었다. 각 소설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하고 주제와 인물 또한 다양해서 한국 소설의 생동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문장을 행갈이하는 작품이 다수였다는 점이 올해 응모작의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 웹소설의 영향이거나 AI를 이용해서 쓴 글이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응모 조건인 ‘원고지 500매 이상’을 간신히 채우더라도 모든 문장을 행갈이한다면 장편소설의 실질적 분량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심사위원 7인은 중복심사로 예심을 진행하였고 응모작 중 여섯 편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 자리에서 각자의 감상과 해석을 나누며 진지한 토론을 거친 끝에 『몰라의 우주』 『유실물보관소』 『월령의 서』 『에케호모』를 최종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몰라의 우주』는 등장 인물 각각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생성되는 대로 밀고 나아가는 저력 또한 인상적이다. 그러나 시점의 모호함과 문장의 미흡함, 장애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불러올 여지가 다분한 서술이 아쉽다. 쉽게 봉인할 수 없는 갈등을 느닷없이 정리해버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설의 처음부터 이야기를 치밀하게 쌓아올린다면 가족 잔혹극이라는 매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유실물보관소』는 안정적인 흐름과 완결성이 장점이다. 경비용역업체나 구제옷 판매 등 생활 밀착형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다만 이 소설이 반드시 연작소설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기보다 후일담에 가깝다는 점,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내용과 ‘유실물보관소’라는 제목의 연결이 단순하고 작위적이라는 아쉬움이 거론되었다.
『월령의 서』는 생태학과 카니발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를 다양하게 담았다. 단일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인물과 관계를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쳐놓는 방법을 택한 듯하지만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힘을 적절하게 안배하지 못해 장황하고 산만해진 면이 아쉽다. 현시대에 질문을 던지려는 작가의 시도가 과도하게 드러난다는 점, 할머니 세대의 생명력과 젊은 세대의 발랄함을 배치하는 구도가 진부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에케호모』는 예심에서 심사위원 2인의 추천을 받은 소설이다. 이전의 아포칼립스 장르에서 만날 수 없었던 인물의 등장이 흥미롭고 여행기 구성도 적절하다. 간명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 또한 예사롭지 않다. 같은 제목인 니체의 철학서와 이 소설의 세계관 또한 무리없이 어우러진다. 이야기에 녹아든 ‘타락한 문명 세계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의미심장하다. 간략한 상황만 제시하면서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준다는 점이 이 소설의 차이점이자 강점이다. 소설 속 성폭행 장면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긴 토론이 있었다.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에게 가해지는 폭력성과 무질서 속에서 일어나는 반문명적 행위의 대표 사례라는 점, 그 장면에서 작가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어떻게 전하려고 하는가를 중점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했다.
긴 시간 토론 끝에 우리는 『에케호모』를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했다. 장편소설에 어울리는 인물과 이야기, 형식과 관점을 숙고할 수 있는 심사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응모자들에게 응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심사위원: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최진영 박준
제16회 혼불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혼불문학상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한국문학의 내일을 함께 열어갈 작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26년 7월 9일
사단법인 혼불문학
이사장 정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