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철학은 꼭 책상 앞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칵테일 한 잔에서도 철학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입니다. 영국의 논픽션 작가 세라 베이크웰이 쓴 책으로, 부제는 ‘삶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던 실존주의자들의 살아 있는 철학 이야기’인데요.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하이데거, 메를로퐁티처럼 이름만 들으면 조금 긴장되는 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철학을 개념부터 설명하지 않고, 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토론하고 사랑하고 싸우며 생각을 만들어간 삶을 따라갑니다. 철학책이면서 동시에 20세기 철학자들의 흥미진진한 집단 전기입니다.
제목부터 특이한데요. 왜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인가요?
책의 출발점이 실제로 칵테일 한 잔입니다. 1933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철학자 레몽 아롱이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게 살구 칵테일을 가리키며, 현상학이라면 이것을 가지고도 철학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상학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에서 출발하는 철학인데요.
이 말에 매료된 사르트르는 이후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깊이 빠져듭니다.
책에는 사르트르가 돈을 거의 뿌리듯 쓰고 웨이터에게 엄청난 팁을 줬다는 일화도 등장합니다. 이런 생생한 일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와 그들의 생각이 한결 가까워집니다.
그런데 이 책, 절판됐다가 다시 나온 책이라고요?
네. 국내에서 수년간 절판되면서 중고책 가격이 16만 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복간을 기다린 독자가 많았습니다.
소설가 황정은도 “수십 년 독서 생활 중 가장 반가운 복간 소식”이라고 추천했고요. 그만큼 오래 다시 읽히기를 기다린 데에는, 이 책이 다루는 질문의 힘도 있습니다.
책 속 철학자들은 전쟁과 파시즘, 전체주의를 통과하며 인간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사르트르는 자유와 책임을, 보부아르는 억압을, 카뮈는 저항을 이야기했죠. 실존주의가 여전히 강력한 건 결국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 질문은 시대가 바뀌어도 우리 각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라 베이크웰은 어떤 작가인가요?
세라 베이크웰은 철학과 역사를 사람들의 삶을 통해 풀어내는 영국의 논픽션 작가입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영국의 대표적인 논픽션 문학상인 더프 쿠퍼상을 수상했고요.
특히 어려운 철학을 개념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그 생각을 만들어낸 사람의 성격과 관계, 시대까지 함께 보여주는 데 탁월합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말도 인상적인데요. “생각은 흥미롭지만, 인간은 훨씬 더 흥미롭다.” 철학자들의 삶을 따라가다 어느새 그들의 철학까지 이해하게 되는, 이 책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