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인간쓰레기"라는 말 한마디가 모욕죄가 되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한 사건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2023년 10월 한 병원 병실에서 A씨가 전등을 켜는 문제로 다른 환자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다른 환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인간쓰레기네"라고 말했는데요.
1심과 2심 모두 유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최근 이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데서 한 말인데도 모욕죄가 안 된다는 겁니까?
이번 사건의 쟁점은 공연성이 아니라 표현의 수위였습니다. 병실에 다른 환자들이 있었으니 공연성은 인정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대법원이 본 건 그 말이 모욕죄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이어야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경미한 수준의 표현이라면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도 "인간쓰레기"면 상당히 심한 말 아닙니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 나쁜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기준이 갈립니다.
모욕죄가 보호하는 법익은 개인의 명예감정이 아니라 외부적 명예, 즉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입니다.
상대방이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빴는지가 아니라, 그 말로 인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실제로 떨어졌는지를 보는 겁니다.
대법원은 당사자들의 관계, 그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 방법, 당시 상황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이번 발언은 왜 해당이 안 됩니까?
전등 문제로 다투는 과정에서 불만과 분노를 거칠게 드러내며 나온 단발적이고 충동적인 말이라고 봤습니다.
미리 준비해서 상대를 깎아내리려 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 표출이라는 거죠.
B씨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수는 있어도, 객관적으로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분명히 선을 그은 대목이 있습니다. 성별이나 인종, 장애, 출생 지역,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표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그런 표현은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건가요?
형사처벌이 안 될 뿐이지 아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이런 표현은 사회 내의 자체 평가와 통제 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책임으로 규율할 영역이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형사와 민사의 역할을 나눠보자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이 이런 방향으로 가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과잉범죄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현행 법률 1,686개 중 63%가 넘는 1,069개에 형사처벌 규정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조항 수로는 1만 개가 넘고요. 형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광범위한 규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법원도 일시적 감정 표출까지 국가 형벌권으로 개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모욕죄 고소가 줄어들까요?
송경한 : 당장 크게 줄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욕죄는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인데,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소는 가능하거든요.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주관에서 객관으로 옮겼지만, 고소와 입건 단계에는 같은 잣대가 곧바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명예 관련 범죄로 검거되는 사람이 여전히 연간 3만 명대입니다.
다만 법원 단계에서 무죄 판단이 쌓이면 수사 실무에도 점차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