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처럼 쌓인 대형마켓의 선물상자들,과일가게의 풍성한 각종과일이
바짝 다가온 명절을 실감하게 합니다.
이맘때면 몇군데 인사도 챙기고, 시골갈 준비로 마음이 약간 들떠서
집안 일도 건성이던 예년과는 달리 이번 추석은 마음이 휑한게 착 가라
앉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20여년을 모시고 살았던 시고모님이 안계신 탓인가 봅니다.
노환으로 장마가 한창이던 7월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결혼하시자마자 징용에 남편을 뺏기고 친정조카 서울유학길에 합류해서
뒷바라지하며 낙을삼으시던 고모님..
고모님이라기보다는 내남편에게는 어머님에 가까운 그 분은 내 아이들을
키워주시며 한평생을 정갈하게 사셨습니다.
가시고 보니 잘못해 드린것,좀 더 따뜻하게 모시지 못한점들이 어찌도
그리 많이 떠오르는지..
그런 변변찮은 며느리를 손님들이라도 오시면 한껏 추켜세워줘서 몸둘
바를 모르게 하시던 속깊고 정많은 분이였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는 비따라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외출해서 들어오면 방문을 열고 나오시는 것만같고 얼큰한 국을
끓일때면 시원하다며 한국자 더 달라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밖은 추석분위기로 시끌적합니다
오랫만에 모이는 부모형제와의 끈끈한 정을 나누기위한 준비겠지요.
사람이 산다는건 끊임없이 가슴속에 정을 솟아나게 하고 그걸 나누는
작업이 아닐는지요.
시어른 핑계대고 소홀했든 친정부모님도 이젠 열심히 돌아다봐야겠습니
다.나이 오십을 바라보며 철이 조금 들려나 봅니다.
그저 딸자식은 탈없이 잘 사는게 효도려니 하고 살아왔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아이처럼 단순해지고 하찮은 일에도 섭섭해하심을 느낍니다.
가신뒤에 애닯다해도 소용없음을 고모님을 통해 절실히 깨달은 요즈음
다정다감한 딸이 되고자 해 봅니다
이번 성묘길엔 고모님께 이렇게 여쭐까 합니다.
"계시는 천국은 참 좋으시죠? 좋은것 있으면 무지개에 실어서 다 보내
주신다는 말씀 안 잊으셨죠? 세월이 조금 흐른 뒤에 그곳에서 다시 만나
뵈면 그땐 이승에서보다 훨씬 철들고 맘에 드는 며느리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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