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봉동읍 용암리 835번지 우:565-904
063-260-2259
차동이 형님이 오늘 방송에서 뮤지컬 티켓 주신다는 소식 전해주실 때 저는 운전하면서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조리학원은 수강료가 너무 비싸다며 혼자서 책보고 인터넷으로만 열심히 공부하다 지난주에 드디어 조리사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이지만 언제나 가슴속엔 요리사의 작은 꿈을 안고 사는 착한아내는 시험보고 온 날 , 그래도 어렵지 않는 과제가 나왔다며 좋아했었지요. 하지만 워낙 학원에서 확실하게 배워온 응시자들과 겨룬다는 것이 자신이 없었는 지 불합격 할 꺼라고 무척 소심해 하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남편인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화이팅 해준다는 것이 말이 잘못 나와서 그까것 따면 뭐하냐고 이번에 떨어지면 그냥 포기하라고 했었습니다.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위로한다는 것이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자격증은 못 따고 있지만 아내의 음식솜씨는 주위사람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합니다.하지만 아내는 그 조리사 자격증을 꼭 따고 싶어하더군요.
그리고 일주일이나 숨가쁘게 지낸다음 드디어 어제 발표날 이었습니다.저도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굳이 아내에게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합격을 하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불합격이 된다면 아내가 도리어 제게 미안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아내는 불합격 되었다며 많이 아쉬워하더군요. 그것도 58점이었다지 뭡니까? 60점만 넘으면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는데... 아내는 그점수때문에 더 낙심해 보였습니다. 어떻게 위로할 새도 없이 그냥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고 하고 가까운 중화요리집 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사주었습니다.
먹는내내 얼굴이 어두운 아내에게 더이상 해줄 말도 없었습니다. 그까짓게 뭔데 아내를 슬프게 하는 지 정말 얄미운 자격증이었습니다.
사연을 올리기 직전에 다른분이 쓰신 사연에는 국가자격증을 따서 기쁘다는 글이 올라와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가 하루빨리 그 불합격의 그늘을 잊고 신나는 일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차동이 형님께 부탁드려봅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뮤지컬 공연을 아직까지도 낙심하고만 있는 아내의 거칠한 손을 잡고 단둘이 보러 가고 싶은데 제 욕심이 너무 과한 겁니까?
차동이 형님, 도와주십시오.
신청곡도 있습니다. 아내의 꿈을 생각하며 골랐습니다. 바비킴의 고래의 꿈입니다. 형님이 골라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형님, 이번기회에 무뚝뚝한 남편에서 부드러운 남편으로의 변신을 확실히 도와주십시오. 믿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제가 원래 글을 참 못쓰지만 아내를 위해 주저리주저리 몇자 올립니다.이해해 주십시오. 다가오는 추석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