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11월17일(음력 10월6일)이면 서른일곱번째 제 생일인데,
아마도 조용히 넘어갈 거 같아요.
독립해 산 이후로 처음 맞는 생일이라서 엄마도, 친구들도,
올초 근무하는 학교도 옮겨서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아마들 모르고 넘어갈 거 같거든요.
삼년전 생일은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우리 1학년 2반 둘째 딸(지금 대학교 1학년)들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담임한 해 아이들을 순서대로 첫째딸, 둘째딸, 셋째딸로 부른답니다.)
현관에서 운동장으로 두줄로 길게 서서 저를 가운데로 이끌더니,
운동장 한 가운데 풍선장식물과 촛불켠 케익을 준비했더군요.
또 현관을 따라 2층으로 오르니 학교 전체 복도벽을 따라
' 김양근선생님 사랑해요!! '라는 글들이 붙어 있었고,
우리 딸들은 각각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제게 주었어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났는데, 참느라 혼났었죠.
아마 죽는 날까지 가장 감동적이고 잊지 못할 생일축하선물일 거예요.
저처럼 우리 딸들도 잊지 못할 이벤트였을 거구요.
하루 종일 구름위에 떠 있는 것 같았고,
다른 쌤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받았지요.
담임닮아 말썽 많이 피운다고,
자타가 공인한 반이었죠.
저랑 많이 싸우고, 많이 울고, 많은 추억을 남겨준
고마운 딸들이랍니다.
벌써 3년이 지났네요.
그 3년만큼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는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는지
생각해봅니다.
혹시 오늘이 기념일이신 분들도 모두 측하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참, 17일 수능시험 때문에 한시간씩 늦게 출근하는 거 아시죠?
해서, 8시 반경에 방송해 주시면 좋겠어요.
완주군 고산고등학교 김양근(019-534-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