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유치원때 아버지를 처음 뵈었습니다.. 듬직하다 못해 무서웠던 아버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어렸고 이혼이 뭔지, 재혼이 뭔지 조차 몰랐던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산지 올해로 25년째입니다.
그 25년의 세월을 어찌 짧다고 하겠습니까... 초등학교때 성이 다른 아버지를 놀리는 아이들과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울기도 많이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이기 때문에 저는 제 가슴앓이를 통해 아버지를 아버지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머니의 선택에 저는 박수를 보내드릴 뿐입니다.
저와 다르게 저의 하나뿐인 언니는 그런 아버지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없었나 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언니의 끊임 없는 방황으로 어머니는 몇년 사이에 주름과 흰 머리가 낯설도록 많아졌습니다. 언니의 연이은 가출로 아버지는 자신의 죄라면서 모든걸 짊어지시려 했고, 어머니 또한 하나의 죄인이 되셔서 자식들과 아버지의 눈치를 보셨습니다.
그렇게 5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언니는 철이 들었는지 힘들었던 방황이 끝이났고 아버지의 기나긴 기다림은 결실을 맞이 했습니다. 언니는 이제 그간의 과오를 잊고 새출발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 이상으로 이해하며 모시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기침이라도 하시면 감기약 어딨냐고 극성을 부릴정도입니다. 저는 그저 묵묵히 미소만 짓는 어머니를 지켜 볼 뿐입니다.
이제 저희 가정은 추웠던 겨울들을 지나 새롭게 따뜻한 겨울을 맞이 합니다. 더이상 가슴시린 겨울은 없습니다. 비록 손이 시릴지라도 가족의 사랑으로 가슴만은 훈훈한 겨울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2004년 겨울.. 12월 16일이 사랑하는 저희 아버지의 예순세번째생신이십니다.
어느덧 환갑을 지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리다는 이유로 그 환갑조차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자식된 도리로서 죄송스럽기 그지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저희한테 서운하다는 말씀조차, 그런 낮빛조차 비추시지 않으십니다. 자신은 환갑잔치를 받을 자격조차 없으시답니다. 그러시는게 더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번 겨울 저희 가족이 또하나의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게된 이유는 바로 새로운 집을 장만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도록 돈을 모으셨고 이번에 그 결실로 작은 집을 샀습니다.
그 집에 저희 가족 사진을 걸고 싶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아버지 환갑은 지났지만 늦은 환갑을 기념하여 사진을 걸고 저희 가족의 믿음도 사랑도 함께 간직하고 싶습니다.
겨울인데 차동아저씨와 모든 수고하시는 분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