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우째 이런일이..
결혼6년차.. 우리는 서로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어디 다니는걸 별루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쉬는날이면 집에서 아이들과 뒹굴면서 하루를 보내기 일수다..
결혼기념일(4월 25일)을 즈음해서..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2월초부터 단단히 준비해서.. 렌트카며 숙소(공짜), 항공권까지.. 미리 다 예약해놓고..
시간이 날때마다 제주도여행 3박4일 계획을 말끔히 야무지게 준비하고 또 준비해서.. 이제 손꼽아 떠날 날만 기다렸다..
받아놓은 날은 정말이지 빨리 다가오는 법..
드디어 출발당일.. 부푼 가슴을 안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회사 근무를 마치고.. 우리부부는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해서.. 전날 미리 꾸려놓은 짐을 싸들고.. 공항으로 출발..
가서 뭐하구 놀까? 도착하면 어쩌고 저쩌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며 공항에 도착, 미리 예약했던 항공권 티켓팅과 더불어 짐도 맡기고 검색대를 지나.. 드디어 대기실에 앉아서 “아~! 저 비행기가 내가 타구 갈 비행기구나”하며 딸아이들에게도 “그림책에서 보던 거지? 저게 비행기야.. "
드디어 탑승 시작.. 사람들이 쳐다보든말든.. 탑승계단 밑에서 사진한장 찰칵.. (이 사진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사진이 될 줄이야)
비행기 안에서 자리를 잡고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또 웃고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던 울 가족들.. 아이들..
"어, 이상하다.. 6시반출발인데.. 왜 비행기가 안뜨지? 자기야 저기 짐을 옮겨주던 차다 다시 와서 안가네 아무래도 이상해 안뜰려나봐"
내 말이 씨가 되었던지.. 10여분이 지난후 안내방송
"결항입니다. 제주 공항 기상악화로 착륙불가로 결항입니다., 승객여러분 죄송합니다."
"오, 마이 갓"
뭐야 진짜 안뜨는 거야? 완존히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던 격으로 여행이 말짱 황으로 돌아서던 그 순간 이었다..
짐을 다시 찾고, 안내데스크로 가서 다음날이라도 표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만석.. 우째 이런일이..
"제주도를 갈수가 없쟎아.."
성격급한 나를 환불을 해 버렸다..
동네방네 제주도 간다고 실컷 자랑하고 왔는데.. 아니 이런 아무리 날씨때문이라지만, 너무 황당하고 그동안 기다렸던 시간들이며, 결혼하고 첨 가는 여행인데.. 너무 실망해서 순간 할말을 잃었다..
우리도 우리지만, 부모님은 여행이라곤 제대로 가본적도 없는 분들이어서.. 내심 기대하고 계셨을텐데.. 정말 면목이 없었다..
주차장에 돌아와서 이제 집에나 가자.. 하고 있는데.. 울 신랑..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본단다..
다른 사람들도 돌아가지 않는걸 보면 뭔가 조치가 있을 듯 싶으니 가지 말고 기다려보자는 거였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대한항공 직원아저씨가 남은 사람들을 불러모아놓고.. 내놓은 안건은.. "내일아침 이 비행기를 특별기로 9시에 띄울 예정입니다. 예정이지 혹시 날씨가 안좋으면 또다시 결항이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거였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것일까? 어찌됐든 다시 뜬다쟎어.. 하하.. 기분이 좋았다.. 잠깐동안이었찌만.. 부랴부랴 예약을 다시하고.. 부푼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따.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려면 후다닥 자야한다며 아이들도 다독거리서 재우고.. 짐가방을 다시금 정리하곤 잠자리에 들었다..
"띠리리리" 자명종이 울렸따.. 다른날같으면 누르고 다시 자련만.. 오늘은 절대 그럴수 없었다..
6시에 눈을 뜨자마자 한 일은 컴을 켜고 대한항공 사이트에 들어가서리 실시간 운항조회를 한거였다.. 이게 나의 두 번째 실망이 될줄이야 미쳐 몰랐다..
운항조회를 클릭하는 순간..
또다시 오~! 마이 갓..
"군산제주 9시 결항.."
이 말을 믿어 말어.. 서방님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자기야 또 안뜬대""내가 못살어""제주 여행 꽝이다..""엄마아빠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아이구 암튼.. 우리부부 두눈 뻘게 가지고.. 실망스럼 표정으로 한동안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터넷만 믿을수가 없어서 공항으로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ars멘트만 나올뿐.. 군산공항에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한시간여를 보냈다..
"띵동" 친정 부모님이 오셨다.. 오늘 아침에 공항을 8시까지 가야 한다고 해서.. 두분 목욕까지 하시고 해장국까지 먹고 든든하게 오셨던 것이다..
"엄마 비행기 또 결향이랴"
"야~! 야~! 잘됐다.. 비도 온다는데 그냥 가지 말자.. 서운하긴 해도 어쩌겠냐.. 하늘이 하는 일인디.. 괜히 갔다가 사고나는것보다 나으니까 걱정하지마라.. 나중에 가자"
ㅎㅎㅎ 죄송스러워라.. 사위가 장인장모 모시고 여행같이 간다고 생색이란 생색은 다 냈었는데..
암튼 서운한 마음을 잠시 가다듬고.. 큰아이를 데리고 우리부부도 아침을 해결하러 근처 콩나물 국밥집으로 향했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때도 미련이 남았던지 휴대폰으로 공항에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안됐다..
"아이구.. 인터넷이 그짓말 하겠어..? 진짜 안뜨나부네"
때마침 비도 내렸다..
이런 날씨에 가면 뭐하겠냐고 마음을 다잡고 추슬러봐도 암튼 서운한 맘은 감출길이 없었다..
어차피 제주도 가도 못할꺼.. 항공권이나 또 취소할려는 맘으로 군산공항에 전화시도..(8시 40분전화연결)
"여보세요.. 오늘 제주 9시출발비행기 또 결항이죠.. 항공권 환불할려구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항직원왈..
"어~!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승객들 비행기 탑승수속밟고 계신걸요"
"오~! 마이갓~!"
이게 뭔일이여.. 진짜 비행기가 뜬단 말이던가?
이렇게 허망할때가..
새벽부터 일이나서.. 대한항공 사이트를 열어본 그 순간의 실망감보다 더 큰 실망감이 내 뒤통수를 쳤다..
홈페이지 관리를 대체 어찌 하는 것이야...
군산뿐만 아니라 그 시간대 운항예정이던 비행기들이 죄다 결항이길래..
정말 철썩같이 믿었건만..
"대한항공 사이트 가서 확인해 보세요..실시간 운항조회에 정말 군산제주결항이라고 써 있었는데.. 그럴리가요.."난 너무 화가나서 공항직원에게 되물었다..
"그럴리가요..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는데 가도 비행기도 못타고.. 환불해 주세요"
환불신청을 하고 속상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었다..
이렇게는 너무 억울하니.. 대한항공에 항의메일을 띄워야지..
우리 부부는 고객의견란에 우리 연락처를 남기고 우리가 봤던 실시간운항조회 화면을 한글화일로 다운받아 파일까지 첨부하면서 우리의 억울한 사연을 올렸따.. 다음에라도 우리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홈피 관리를 정확하게 해달라는 항의취지의 의견이었다..
그날 하루죙일 가지못한 제주도에 대한 미련과 더불어.. 또다시 제주 현지에 전화해서 모든 예약을 다시금 취소하고.. 악몽의 이틀(주말)을 지내고.. 출근..
휴가를 냈떤 직원이 출근을 하니 이게 무슨일인가.. 다들 물어왔다..
제주도 못가고 비행기 결항되고 또다시 결항된 얘기를 얼마나 했는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따.. 동생들 배꼽잡고 웃고.. 한편에선.. 돈도 굳고 좋겠네.. 의견이 분분했다..
내가 올린 사연을 확인했던지 대한항공 담당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정말 죄송하다고 깍뜻하게 얘기하는 상대방에게 화도 못내고.. 나의 억울한 심정과 더불어 앞으로 정말 관리를 잘해달라는 얘기를 하곤 이번 일을 마음속에서 접었다..
결혼 6년만에 정말 큰맘먹고 준비했던 나의 제주 여행은 이렇게 물건너 가 버렸다..
아이들까지 있으니 이렇게 맘먹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내가 언제다시 계획을 세워서 놀러갈수 있을지..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하필 하고많은 날중에서.. 내가 가려던 4월 8일에 왜 안개를 자욱하게 뿌리셨어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다음엔 진짜로 제주도 여행에 아무 걸림돌없이 여행을 다녀와서.. 제대로 제주 여행기를 다시금 쓰게 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여행도 못가고 또다시 일상으로 바로 돌아와버린 우리 부부를 위해.. 결혼기념일인 4월 25일 꼭 방송해 주세요.. 신랑이 아마 깜짝놀랄거에요.. 춘장대까지 운전하고가면서 방송듣고 놀랄 신랑생각하면 웃음이 나네요..
위로의 곡으로다가 "제주도 푸른밤"신청합니다..
2005. 4. 14. 군산에서 원희유진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