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에게 힘을 주세요

안녕하세요? 눈처럼 하얀 벚꽃이 하얀 꽃비가 되어 내리는 요즘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살고 있는 마흔 네살의 주부랍니다. 왜 새로 태어났냐구요? 제가 심장 수술을 했거든요. 그것도 이 나이에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정확한 병명은 심방 중격 결손 쉽게 말하면 심실과 심방사이의 막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선천성 심장병을 작년 12월에 발견하여 올 2월 21일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았답니다. 발견하기도 힘들고 발견이 되었어도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저는 행운의 여신이 돌보았던지 심장에 생긴 구멍을 발견하였고 수술하기에 적절한 시기여서 다행이었다구요. 왜 이렇게 장구한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온 정성과 사랑으로 간호해준 저의 남편이 너무 고마워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아파서 짜증내는 아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다독여준 남편,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는 남편이지만 다섯 시간이 넘는 수술 동안 수술실 앞에서 타는 가슴 안고 보이지 않는 속울음을 삼킨 남편, 집안일에 아이들 수발에 눈 코 뜰 새 없어도 불평 한마디 없는 남편, 장인 장모님께 AS 받아오던지 처음으로 되돌려 달라고 하라던 의사선생님의 우스개 소리에 빈 가슴만 쓸어 내렸던 남편. 왜 나처럼 건강하지 못한 여자와 결혼하여 고생하느냐고 했더니 겉모습만 보고 누가 알았겠느냐며 살며시 웃던 남편. 이런 남편이 있어 나는 행복하답니다. 반찬은 못하지만 고슬 고슬 지어 올린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김치 한포기 당신의 사랑이 담겨 있어 고맙습니다. 우리 남편 참 착하지요? 퇴근과 함께 소맷부리 걷어 부치고 설겆이, 청소, 빨래 무엇이든 척척이답니다. 때 맞추어 약대령 하고 왕비가 부럽지 않네요. 건강하지 못하고 비실대는 저를 만나 마음고생 몸 고생 남편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고 싶네요. 고맙고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 주세요. 이런 남편의 정성으로 저도 4월달 부터는 직장에 다니고 있답니다.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곧 완쾌 되리라 믿습니다. 고통 끝에 낙이 오듯이 따스한 봄날이 우리 가정에 스며 들었으면..... 우리신랑 이름은 박정호 부안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으며 세분의 선생님들과 카풀을 하는데 귀여운(?) 김차동님의 모닝쇼는 7시 20분과 8시 10분 사이에 듣는다고 해요.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대우 2차 아파트 208/1304 063)242-7612 2005.04.20 전주에서 나리요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