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스승의 날

올 봄에 친정아버지께서는 30년 이상 몸 담으셨던 교편생활에서 정년을 하셨습니다. 제 눈에는 아직도 너무나도 정정하신데 뒤에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신다니... 학교의 장이라는 자리에 올라가시기 까지 누구에게 아쉬운소리 한번 안하시고, 엄마에게 흔한 로비 한번도 안시키시고 혼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시며 그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요즘같이 한자리에 머물러있기 힘든 세상에 정당한 연세에 정년을 맞이하셨다는 사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올곧고 청렴하게만 살아오신 아버지... 그래도 학교의 장이라면 집도 거창하고 타고 다니는 차도 좋을거 같지만, 친정 집은 택배회사에서 주소를 알려줘도 잘 모를정도로 오래된 집이고, 자가용도 아주 오래된 중고차입니다. 한 집안의 장손으로서, 6남매의 맏이로서, 그나마도 할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남들보다 젊은 나이 때부터 가장노릇을 하셔야했던 아버지. 당신 형제간들을 위해, 저희 삼남매를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신 아버지. 이제는 엄마와 두분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아직은 효도보다는 맘상하게 하는 일이 많은 못난 딸년이지만 두분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을것입니다. 교단에서 떠나오신 뒤 처음 맞이하시는 스승의 날이 제발 외롭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한번도 입 밖으로 뱉어내어 말은 안했지만 아빠,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연락처)010-7170-7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