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께서는 학교에서도 잘알려진 교문앞 붕어빵 아줌마.. 아이들은 포장마차안에서 오뎅가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지만 저는 한번도 고개를 들고 지나간적도 아이들이 있을때 들어간적도 없었습니다. 혹시 아이들이 들어올꺼 같으면 후다닥 가방을 메고 남남인양 그렇게 포장마차를 나섰습니다. 남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싫어서였지요 그때 저희반에 아버지가 채소장사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친구들은 싸우며 놀릴때 오이사려하며 외칠때 저도모르게 친구를 외면했죠 지금생각하면 참 철없었지만 그때는 그게 저의 고민중 제일큰거 였으민까요...
그러던 어느날 운동회가 다가오는데 다른친구들 신나 들떠 있을때 저는 혹시 엄마가 오실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렇게되면 친구들이 다아는것이 두려웠으니까요 솔직히 학교에 오지않는다고 말하시길 은근히 바랬습니다. 운동회전날도 엄마는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 오셨습니다. 그런데 엄마 한손에 들고있는 비닐... 그안에 살짝 보이는 소시지... 잠도 안오더라구요 그래 큰결심을 한냥
새벽에 다들 잠이 든 시간에 몰래 부엌으로 살며시 갔습니다. 엄마는 아침일찍 싸려하셨는지 재료준비를 다해놓으셨더라구요 그래 그재료를 쓰레기통에 모두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태연한척 부엌으로 들어간 나... 다시한번 놀라고말았습니다. 도시락에 가지런히 놓인 김밥.. 어머니는 안계시더라구요
아침에 다른 식구들은 어머니가 싸놓으신 김밥을 먹으며 좋아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저는 자꾸 걱정이 되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들이 먼저 학교를 가고 저도 학교로 나설려고 하는데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저에게 2만원을 주시며 어제 엄마가 하루종일 고생하시며 번돈이라며 김밥재료사고 아버지께 맡기셨다고 그때까지만도 전 몰랐습니다. 그러며 나지막히 아버지 말씀하시길 어제새벽에 엄마께서 김밥을 싸기위에 재료준비를 하고 부엌한귀퉁이에서 잠시 졸았는데 그사이 인기척소리에 깨어보니 제가 김밥재료를 쓰레기통에 버리는걸 보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러시고 눈물로 김밥을 싸시고 미안하기도 하고 속이상하시기도 하셨다구요....
그래 엄마는 운동회에 따라오시는걸 포기하시고 아침일찍 포장마차로 나가셨다고 합니다.
나는 양쪽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않은채 엄마의 포장마차로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이후로는 엄마를 부끄워하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런 어머니가 올해 회갑을 맞으셨습니다. 9월22일이요.. 또 지금도 변함없이 붕어빵과 오뎅을 넉넉히 주시는 인심 후한 할머니로 변했답니다. 엄마 사랑해요 정말 그때 죄송했구요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