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온천을 제주도 앞바다 삼아.

1995년 3월. 대학 새내기였던 전 25살의 3학년 복학생 선배를 보고 첫눈에 반했죠. 그선배는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것이 자길 좋아한다니.. 장난인 줄 알고 일부러 쌀쌀맞게 굴었답니다. 전화하면 왜 전화하냐며 혼내고.. 도서관에서 기다리면 집에 안가고 여기서 뭐하냐며 무안주고.. 선배 친구들한테 쪽팔려서 집앞에서 기다리면 어디서 뭘하는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그 땐 호출기도 없었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다 해봤죠.. 없는 용동 쪼개가며 밥사고 술사고 선물사고..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천마리 학을 접었죠. 남이 접어준건 다 빼고.. 못생긴 학도 다 빼고.. 온갖 정성을 담아 접은 천마리 학을 받고도 선배는 반응이 없었죠.. 사랑과 미움은 백지한장 차이라더니.. 일년이 넘는 시간동안 혼자사랑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사랑은 미움으로 변하고.. 선배 목소리만 들어도 못견디겠더라구요.. 듣기 싫고 미워서.. 그러다가 어느날 술기운을 빌어 이럴거면 왜 학을 받았냐며 학 돌려달라 말했죠.. 다음날 선배는 동아리방에 학을 가져다 놨더군요.. 시같은 짧은 한장의 편지와 함께.. 너에게.. 추억이 묻어오는 어느 가을날 나는 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를 쓴다. 지난 추억으로 남기에 마음이 아픈건지, 너를 보내기때문에 마음이 아픈건지.. 사랑을 그리움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짐이였겠지. 잊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는 없을게다. 세월이 해결해줄테니까.. 그날밤 동아리방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사랑에서 미움으로는 변하지만 미움에서 무관심으로 변하는건 불가능하더군요.. 마음을 접으려 애써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 어쩌면 전염이 되는건지.. 3학년 되던 봄.. 선배가 처음으로 영화를 보자 하더군요.. 2001년 3월 11일 우리 두사람이 결혼하던날.. 나의 사랑성공기를 아는 친구,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축하멘트는.. "인간승리다. 축하한다"였답니다. 우리 선배.. 결혼5주년엔 제주도 가자 약속했는데.. 빚보증에 남의 돈 갚느라 10주년으로 연기했답니다. 그래도 넘어가긴 아쉬워. 이달 말 연차내서 지리산온천으로 우리 가족 여행갑니다. 둘이 아닌 넷이서.. 처음으로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이리 힘들었을까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날까지 널 떠날 수 없다는걸.. 차동님.. 우리 결혼 5주년 선물로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어떠세요?/ 010-9872-3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