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

어제 그저께일이다 꽃샘추위로 눈이 많이 내렸던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퇴근하며 현관 문을 열려는 순간 남편은 저 계단밑에 금붕어 있어 얼어죽으면 어떡해 하며 내려가는것이다. 나는 뭔데 하고 봤는데 테이크 아웃 커피 컵같은데 빨갛고 째그만한 금붕어 두마리가 들어있었다. 남편은 추울텐데 하며 그걸 집에 들어놓자는 거였다. 나는 어떤아이가 잠시 놓고간거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그게 어제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냐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신발장 위에 올려두고 잤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였다. 아침에 보니 한마리가 죽어있었다. 출근 하는 길이라 바쁜 마음에 대학교딸아이한테 좀 치우고 물좀 갈아주라고 부탁을 하고 출근을 했다. 꽃집은 화이트데이가 대목이라.. 하루내 남들에게 기쁨을 선물하고 평소보다 많이 늦게 퇴근을 하여 집에 돌아왔는데, 이게 왠일. 전날밤 늦게 도서관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그제서야 금붕어가 있는 줄 알고서 수돗물로 물을 갈면 안좋을까봐 그 아침에 슈퍼에 가서 생수를 사오고 또 금붕어가 차가워 놀라서 죽을까봐 생수를 전자렌지에 데워 임시방편으로 어항까지 만들어 미지근한 물로 갈아주었다는 것이다. 저녁에 돌아오면서는 금붕어 밥까지 사왔단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와 우리 가족은 금붕어 주위에서 얘좀봐 따뜻한가봐 우리소리가 들리는가봐 하며 하루종일 심심했을 금붕어를 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오늘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집잃은 급붕어가 왔다며 이름 좀 지어달라고 했다. 방학이라고 내려왔던 아들이 다시 올라가 횡~하던 집안에 그 쪼그만 금붕어가 오자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소란스러워졌다. 이 시간에도 대학생 딸아이는 왔다 갔다 하면서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또 가서 보고.. 야단법석을 떤다. 저렇게 아직도 아이같이 감정이 풍부하고, 너무나도 착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리 딸아이가 이 다음에 교사가 되면 아이들에게 정말 저런 딸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전달되서 아이들까지도 해맑고 순수한..정말 60년대 이 엄마 초등학교 시절에 선생님은 밥도 안드시고 화장실도 안 가시는 분이라고 믿었던 그 시절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018-612-4298 원지영 마음이 너무도 포근해 사연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