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가장 힘든 건 바로 요리였습니다
거기에 입맛까다롭고 하다못해 타고난 미식가인 신랑..
신혼여행을 돌아 온 그 다음날 부터 전 헤메기 시작했지요
어떻게 친정엄마께서 준비해 주신 밑반찬을 내어 놓긴 했지만
찌개나 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던 신랑은
밥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출근을 해버렸지요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은 친정엄마 뿐인지라
퇴근 전까지 된장찌개라도 배워볼까 싶어
필기구를 싸들고 친정으로 한달음 달려갔어요
어머니는 진작 좀 배우지 라며 하나하나 상세하게
요리법을 알려주셨고
전 빼곡히 어머니의 멋진 가르침을 죄다 적어 내려갔지요
그렇게 해서 받아 적은 걸로 일주일은 버티겠다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엄마가 큰 봉지를 하나 건네주시는 겁니다
엄마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오늘 저녁부터 이거 한봉지씩 터뜨려서 간만 보라는 거에요
요리는 할수록 느는거고 오늘부터 간만 마춰서 내 놓으라며
한보따리를 주시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봉지를 터뜨려서 먹으라는 얘기에 곰국인가 생각했는데
그만 그 큰 비닐봉지를 얼어본 저는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습니다.
한 봉지에는 된장찌개용 봉지였고 다른 한봉지는 배추국
다른 한가지는 명태국, 다른 한가지는 김치찌개
물만 적당량 부어 끊어만 내고 약간의 간만 하면 되는
엄마표 즉석요리였던 겁니다
행여나 자신의 딸이 사위 밥상을 소홀히 할까
염려되는 마음에 전화를 받자마자
집에 있는 재료들로 묶어 봤다는 엄마
저는 매일 아침 엄마표 즉석음식을 만들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고 또 달래었지요
이제는 엄마의 정성 때문이었는지
10명 이상의 큰 손님들이 와도 척척 해낸답니다
한번씩 된장을 끓일때마다 생각나는 엄마의 즉석요리 아이디어
아마 딸을 아끼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나 더욱 맛있었던 것 같네요
오늘 오랜만에 맛난 음식 준비해서 친정 부모님을 초대하려 합니다
윤태규의 마이웨이 신청합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