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 운동회

1주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 우리 아들의 첫 운동회가 있었습니다.내 어린시절 운동회를 생각하며 아이보다 더 들떠 있던 나는 운동회에 다녀오곤 이내 금방 왠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에 기분 마저 울적해져 버렸답니다.작은운동장이라 저학년 고학년이 하루씩 나누어 하는 반절짜리 운동회...그나마 12시에 끝나버리는 ...너무나 짧은 운동회...천막밑에 나뒹구는 아이들이 버린 쭈쭈바봉지를 주우며 내 어릴적 운동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행여 비가 오지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뒤척뒤척 잠을 못이루던`가을 대 운동회` 새벽 같이 일어나 해도 뜨지 않는 하늘을 봐라 보며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했던지..머리맡에 챙겨두었던 운동복..청군머리띠두르고 촉촉한 이슬이 내려앉은 논둑길을 뛰어갔답니다. 한 손으론 길가에 머리숙인 누런 벼를 쭈욱 훓어 입속에 질겅질겅 씹은뒤 껍질은 뱉어 내고 알맹이를 씹으며..물론 운동복 바지 주머니엔 꼭지내집 대추가 가득 들어있었지요... 대추를 거의 다 먹을때쯤 도착한 학교 앞에선 50원짜리 도너츠 장사 아줌마와 솜사탕 아저씨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자리를 펴고 계셨지요.만국기가 펄럭이던 운동장에 들어서 국기계양대를 바라보며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그렇게 기다리던 나의 운동회는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청군이겨라 백군이겨라 6학년 오빠들의 군기에 눌려 일어서서 게임구경도 못하고 목터져라 응원하면서 우리 엄마는 왔을까? 조금 있으면 달리기 하는데 날 잘 볼 수 있을까? 점심시간에 이순신 장군 동상 밑에서 만자자는 약속은 잊지 안았을까?--오만가지 걱정에 가슴 두근거렸죠.. 에어로빅,곤봉체조,부채춤,기계체조,줄다리기,박터트리기,차전놀이,목마타기...볼거리도 많고 게임도 많았지요.그중에 가장 하일라이트.청백계주...달리는데 소질이 있었던 나는 1학년 청군대표로 첫 스타트를 했는데.. 물론 처음엔 백군 주자를 멀찌 감치 떨어뜨리고 열심히 뛰다가 바톤을 넘겨 주기전에 그만 넘어지고 말아 역전 당해서 ..그 후로 몇 달동안 울 오빠에게 너 때문에 청군이 졌단 말이야 핀잔을 들어야 했지만 ..너무너무 즐거웠던 운동회였답니다. 먹거리도 시골 인심만큼이나 풍성했지요.부락별로 모여 햇밤에 햇고구마에 사과에 떡에 ... 그 시절 친구들 ,선생님들 ,누런 들판,꼭지내집 대추 모두모두 그립습니다. 지금도 우리학교를 생각하면 먼지 날리던 운동장에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막 들려 오는 것 같네요. 엄마의 운동회는 이랬단다 아들에게 이야기 해줘도 엄마 그게뭔데 이게뭔데 질문이 많아 이야기의 흥이 깨져버려 설명조차 않되는 나의 운동회... 오늘밤 꿈을 꾸면 그시절 그모든 정겨운 아름다움이 나에게 전해오기를 기대해 보며 ...잊었던 우리네 어린시절 가을 운동회를 회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