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사건..

태어난지 두 달도 채 되지않은 손녀딸을 맡아 키우시며 아들 며느리한테 싫은 내색 한 번 안하시는 저희 시어머님께 감동받은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번 쌀사건이 일어난 후 어머님이 더 존경스럽고 좋아졌답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보다 밖에서 먹고 집에 들어오는 횟수가 더 많죠. 남편역시 직업상 당직이 많아 밖에서 끼니를 떼우는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인지 이번 여름에 잦은 비와 흐린 날씨탓에 베란다에 내놓은 쌀통에 쌀벌레가 생기고 말았어요. 밥을 하면 이상한 냄새고 나고 먹기가 좀 곤혹스러워 버릴까도 했지만 친정아버지가 손수 농사를 지으신 쌀이라 내다 버리긴 너무 아까웠죠.어떻게 할까 고민고민 하다 혼날각오를 하고 시어머님께 자문을 구하기로 했죠. 다행히 어머님은 바로 시댁으로 그 쌀을 가져오라 하셨어요. 식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실거라 생각하고 남편을 통해 쌀을 보냈습니다. 시댁에서 돌아온 남편의 손에는 시어머님이 보내신 쌀봉지가 들려있었죠. 저희집에 쌀이 없을거라 생각하시고 시어머님은 남편에게 시댁에 있는 쌀을 보내셨던 겁니다. 몇일후 남편과 저는 퇴근후 시어머님이 키워주시는 딸이 보고싶어 시댁엘 갔어요. 저녁을 먹으려는 순간 전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는걸 간신히 참았답니다. 유독 어머님 밥만 누렇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어머님께 물으니 저희집에서 가져온 쌀로 혼자만 밥을 해드시는 거였습니다. 괜찮다고 하시며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드시는 어머님을 보면서 너무 죄송하고 고마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어머님의 아들 며느리 사랑이 이렇게 큰지 몰랐습니다. 그 날 어머님과 같이 냄새나는 밥을 먹느라 고생했지만 행복했어요.그날이후 어머님은 저희의 만류끝에 그 쌀을 아버님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오리농장으로 보내졌답니다. 어머님 사랑해요. 저 열심히 살께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3가 서곡주공아파트104/806호 최숙희 집)063-275-5623.직장)063-253-7528 011-964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