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는 것은......

새벽 6시 집을 나서 롯데아파트 소공원을 찾아 나섰지요. 눈에 얼른 보이는 롯데와 현대 사이 공원에는 한 분만이 나와 운동을 하고 계셔서 순간 당황했답니다. 제주도에서 늘 메일로 마음을 주고 받던 흑삼님의 전화를 받고 변경된 장소를 알게 된 것 또한 다행스러웠는데, 깜깜한 공원에서 잘모르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을 찾는 일이란..... 다행히 어두운 새벽길 함께 따라 나서며, 근처에서 혼자 가벼운 운동하고 있겠노라 했던 듬직한 남편이 곁에 있어 차분히 공원을 돌아보고, 다시 차를 이동해 근처 공원을 또 찾아 보게 되었답니다. 생각보다 많은 회원들이, 따끈한 생강차와 각종 음료를 준비해 몸을 풀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준비운동 마치고, 뒤쳐지는 사람을 위해 봉고차량까지 동원해서 아중리 저수지 돌아 10km 코스를 돌아오는 동안 많은 느낌이 교차했답니다. 처음엔 일요일 새벽을 놓칠 수도 있었는데, 어쩌다 함께 나선 남편과 서서히 밝아오는 어둠 속의 신비함을 함께 느낀다는 사실이 흥겹기만 했지요. 산등성이 윤곽과 겨울나목들의 그림자가 풍성하게 수면에 어려있는 아중 저수지를 지나 40년 이상 살아온 전주에서 처음 밟아보는 그 이후의 코스가 서서히 힘들어지기 시작하며, 괭이로 땅을 조심스레 고르시거나 새벽잠이 없어 동네를 돌아보는 할아버지의 여유로움이 부럽더니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오르막 길(내겐 보통 마라토너들이 말하는 heart break hill같은...)앞에선 그만 힘이 모두 빠져 발이 멈춰버렸답니다. 한참 속보로 오르는데 힘차게 내려오시는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금 뛰어보려해도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음은 미리 올려다본 앞 코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아무리 평지라고 생각하고 뛰어보려해도, 한 번 멈춰버린 무릎의 작동은 어쩔 수 없어, 백두산 천지라고 소개하는 그 곳까지 걸어 올라갔답니다. 미리 출발지에 도착해, 흘린 땀이 식는 한기를 느끼게 될 다른 분들께 미안해 최대한 빨리 내려와 앞장을 서보려 했지만, 결국 깨끗한 물가의 억새와 조약돌들이 발길을 묶고, 다시 돌아오며 보게 된 훤히 밝은 아중 저수지의 오리 한 쌍은 눈길까지 묶어버려 또 꼴찌에 서게 되었지요. 수중발레를 하는 선수처럼 둘이 호흡을 맞춰 쭉 나서다가 갑자기 물아래로 사라지면 그 주위로 번져가는 두 그룹의 파동이 잔잔한 저수지 수면에 골을 만들면 또 수면위로 나타난 오리 한쌍이 잠시 떠오르는 동녘의 태양을 향해 나가다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아래로 사라지길 반복했어요. 정말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한 껏 여유롭게 담고, 무릎과 허리 통증 달래가며 기분좋은 골인을 했음이 너무 기쁩니다. 마라톤의 기초도 잘 모르는 우리 부부로 인해 다른 분들이 겪었을 불편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염치없지만, 이번 마라톤 참여로 인해 앞으로 매주 2회씩의 운동에 적극 함께 동참해서 점점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림이 빚을 갚는 일이라 생각하렵니다. 마지막까지 기다려주고, 준비운동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유머까지 더해주신 분께 감사드려요. 한발로 중심잡기를 처음 해봐서 흔들거리니까, 뒤에서 [술 끊어야 중심을 잘 잡는다]해서 끝내 웃음을 터뜨렸지요. 제대로 마라톤 복장을 갖추고 가볍게 뛰신 김차동님이 총각인 줄 알았다는 남편의 마지막 소감은 어떠신지요? 우리보다 연상인 것을 알고 많이 놀란 남편에게, 10년동안 새벽 5시에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여 방송 준비한 저력에 대해서도 덧붙였답니다. 참으로 기분좋은 일요일의 새로운 추억에 대해 감사드리며, 진심으로 환영하고 격려해주신 회원님께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을 약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