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능을 마친 조카에게 ......

널 떠올리면 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데, 외숙모를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 지 궁금하구나.어릴 적 사진 속에 모습이 각인되어, 하령 하림 신영이 함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늘 먼저 떠오른단다. 언제나 그런 행복함으로 자라나, 주변에 사랑 베풀며 자랑스럽게 삶을 엮어가거라. 대수능이라는 엄청난 관문을 스쳐 지나는 동안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난 내 딸들에게도 아무런 조언을 해주지 않는단다. 가끔 왜 그리 무심하냐는 그들의 항변(?)을 듣기도 하지만, 아무런 부담없이 그들만의 자연스런 인생의 선택을 처음부터 허용하기 위해서란다.

인생은 누구의 대역이 아니기에, 항상 약간의 주변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몫이기 때문이기도 하지. 삶이 하도 다양해지고, 힘들어지는 것 같은 세상의 변화를 보면서, 가슴 속 깊은 애정으로 지켜보는 그들이 보다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조언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스스로 타고난 심성으로 그들의 성장되어가는 마음이 가는 방향을 택해 인생의 바다를 헤쳐나가는 것이 신의 뜻이란 확신이 선단다.

요즘처럼 자신의 의지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남으로 인한 생각지 못한 피해나 갑작스런 사고, 원인도 모르는 안타까운 병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례를 보면, 너무 편한 길로의 안내는 훗날의 인생시련에 쉽게 포기하는 무능력자의 표상이 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란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으로 더욱 용기를 가지고 삶에 매달리는 끈기가 길러져야 , 세상의 어떤 변화와 주변의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나갈 수 있겠지?

자신의 영역과 몫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계속 개척해 나가며 흐뭇함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일진대, 로또나 경마 등 일시적인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심한 인생이 되어선 안될 것 같구나.

힘든 고교시절을 보낸만큼, 얻어진 삶의 지혜가 클 것이라 믿는단다.

너로 인해 불편을 감수하신 부모님께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보다는, 매번 네게 다가오는 그 어떤 시련들에도 굴하지 않고, 네 특유의 여유로움과 밝음을 지켜갈 수 있는 배짱으로 더욱 당당해지렴. 잠간, 장남에 대한 너무 큰 기대에 실망도 큰 것은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시간의 흐름 속에 스스로의 입장이 정리되면 평생 마음 바닥에 깔려있는 부자지간의 애정으로 다시금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관계가 될 것임을 확신해 보거라.

진지하게 네 인생에 대한 새로운 설계를 해서, 열심히 항해할 너만의 길에 애착을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보렴.

시험결과에 쉽게 목숨을 포기하는 학생에게 어떤 젊음의 패기를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 경마에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 모두에게 자살을 유도한 가장에게 그 어떤 사랑을 기대할 수 있겠니? 항상 젊음의 패기에 최고 가치를 두고,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간직한 채,

네 삶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당당한 항해를 지속해나가길 외숙모는 간절히 바란단다.

그런 형제자매 간의 모습이 또 다른 무언 중 조언이 되어주고, 바른 길로의 가장 빠른 안내가 될 것이라 믿기에, 하령 하림에게도 네 당당한 발자취를 자랑해주고 싶구나.

부모 세대는 언젠가 너희들 곁을 떠날테니, 앞으로의 힘든 인생항해에서 서로에게 큰 의지와 위안이 되어주며, 서로의 발자취를 남겨 이어지는 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단다.

너의 밝은 웃음과 음성을 전화로라도 들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단다.

늘 행복한 꿈꾸며, 대학 입학한 이후 또 새롭게 펼쳐질 네 삶에 대한 기대로 설레임 가득하길 기도해주마.